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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시사

중국 정부와 중국 방송국의 미묘한 관계

  11월 초에 북경대학에서 홍콩 굴지의 방송국 PHOENIX의 유명 제작자 겸 MC가 강연회를 열었습니다.강연회라고 하지만 사실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설명회였습니다.프로그램 제작과정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니 이 분이 하시는 얘기가 홍콩 방송국인 PHOENIX가 오늘의 중국을 대표하는 위치를 갖게 된 것은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언론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CCTV가 국영 방송국이다 보니 중국의 모든 빅뉴스 빅 이벤트는 다 CCTV에게 보도권이 넘어가고 CCTV가 당연히 중국 소식에 관한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PHOENIX는 오히려 CCTV가 국영 방송이기 때문에 보도내용에 제한이 많다는 약점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소재를 선택,비평을 가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홍콩 뿐만 아니라 중국 내륙에서도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PHOENIX방송국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911테러 때의 실황중계입니다. 당시 CCTV는 911테러사건을 외국 사건사고 정도로 인식하고 뉴스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 일회성 단신으로 보도했지만 PHOENIX는 거의 완벽한 실황중계를 일구어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중국의 많은 젊은 지식층들은 CCTV와 함께 꼭PHOENIX를 같이 시청합니다.요즘같이 오바마 당선 등으로 세상이 떠들썩할 수록 중국사람들은 PHOENIX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입니다. 중국 내륙 방송국에 비해 확실히 시청자중심의 이슈선정과 가감 없는 평론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북경대학 안에서도 PHOENIX의 입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북경대학생들과 교수들은 시사관련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 PHOENIX의 보도를 언급하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저도 간간히 시간이 날 때마다 YOUTUBE에서 PHOENIX를 시청하곤 합니다.

 사실 중국 내륙에서는 CCTV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방송국들은 도무지 활기를 띄지 못합니다. 조금 인기를 얻은 방송국들도 비정치 관련 프로그램, 특히 오락프로의 성공으로 입지를 굳힌 경우가 많습니다. 오락프로의 대표주자 호난(湖南) 방송국 같은 경우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리메이크 프로그램인 "슈퍼여성(超级女声)"과 한국의 무한도전 쯤 되는 프로그램인 "기쁨의 진영(快乐大本营)"이 두 개의 당시의 다른 허접한 중국식 오락프로그램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명실공히 방송계의 강자가 되었습니다. 잘나가는 호난 방송국의 프로그램의 경우 광고료가 CCTV보다 훨씬 높게 측정된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의 경우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직까지는 방송언론으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뉴스기능에서 CCTV와 맞먹는 방송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다들 CCTV 앞에 맥을 못 추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중국 방송국의 "성질"입니다.

우선, 중국은 방송국이 당(공산당)의 기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 국영입니다, 다시 말해서 중국 내륙의 모든 방송국은 모두 다 정부의 정치 선전을 목표로 이 땅에 태어났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기획과 아무리 훌륭한 자본이 있어도 정부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프로그램이 저질이고 방송국 기능 자체를 상실한다고 해도 국가 기관이기 때문에 방송국은 죽지 않습니다. 가끔 중국 TV를 보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프로그램 중간에 정부에 대한 찬양과 정책에 대한 홍보가 이어지곤 합니다. 다 살아남고자 하는 말들입니다. 이런 정부와 일심동체인 프로그램의 대표가 CCTV의 매년 설 마다 방영되는 프로그램인 "새해축제(新年联欢晚会)”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대사와 대사, 프로그램의 내용 구성이 다 중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민심 돌보기입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확실히 중국 방송계의 현실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중국 방송국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성급하게 여기서 어떤 비판도 할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중국에서 중국 방송국은 아직까지는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가끔 확성기의 역할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언론의 규탄, 감시 등의 역할도 해내고 있고, 중국 정부는 점점 더 언론의 자율화를 용인하고 있지만 예민한 보도나 프로그램들은 언론과 정부의 충돌 가운데 언론이 얻어낸 승전 품일 수도 있습니다.

글_ 이벌찬
PKU blog 고정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