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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칼럼

연변동계봉사활동, 잊을 수 없는 아이들의 눈빛 -겨울방학 시리즈(2)

내가 다니고 있는 북경한인교회
(21세기 교회)는 매년 겨울이 오면 연변 동계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지에 있는 고아원이나 외진 마을에 계신 노인들을 찾아가 위로공연과 의료 봉사, 미용 봉사 등을 베풀고 있는 연변 동계봉사는 중국 현지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종교적인 단어나 성격은 완전히 배제하고 단순한 봉사활동의 형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중국 법에는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 이제 곧 제 6기가 출발한다고 하는데 나는 4기 때 공연 팀으로 참가하여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냈었다. 겨울방학, 북경에 남아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학우들을 위해 본 지면을 통해 짧게나마 나의 봉사활동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출발, 그 설레임

2004 1월 북경-연길 행 기차에 우리 공연 팀이 올라탔다. 난생 처음 타보는 침대 열차와 약10일 남짓의 이번 일정은 나의 마음을 무척 설레게 했다. 교회의 지원으로 거의 왕복 기차비만 받고 참가할 수 있다는 광고를 들었을 때 짠돌이로 유명한 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신청했다. 신앙심도 부족하고,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서 막상 기차에 올라타니 너무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가는 팀원 대부분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거의 막내였던 나를 모두들 귀엽게 봐주시고 도와주셔서 금방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북경부터 연길까지는 기차로 24시간. 기차는 생각보다 아늑하고 편안했다.

 

지하도를 '리용'하여 주십시오?

  연길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지하도를 리용 하여 주십시오라고 써져 있는 팻말. 다 아시겠지만 연길은 연변조선족 자치구의 중심 도시이다. 조선족들이 현지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간판과 설명서는 조선어와 중국어를 같이 사용한다. 날씨는 생각했던 것만큼(?) 춥지는 않았다. 그러나 땅바닥에 그냥 내놓고 팔고 있는 冰淇淋을 보았을 때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숙소로 가서 짐을 푼 뒤 간단히 예배를 드리고 저녁식사로 유명한 연변 개고기를 먹으러 갔다. 맛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직접 가서 체험해보도록. 개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요리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때의 감동이 잘 기억 나지 않지만 거의 짐승을 방불하던 팀원들의 먹성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는 돌아오는 그 날 까지 매일 느꼈던 감동을 이야기하고, 우리를 보내신 그 분을 생각하며 서로를 축복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매일 저녁 팀원들이 모여 앉아 이 서로의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던 이 시간이 당시의 나에겐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모른다.

 

이 고픈 아이들

연변도착 다음날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3일 정도는 팀을 나눠서 고아원이나 노인들을 찾아가 소일거리를 돕고 우리가 준비한 작은 선물(과자, 라면 등)을 드렸다. 연길은 많은 조선족 청년들이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가기 때문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나 노인들이 많다. 나는 그 때 한 고아원을 계속 방문해서 하루는 장애 아동들을 돕고, 하루는 6세 미만은 영유아들을 돌보고, 하루는 초, 중학생들의 공부를 봐주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처한 상황을 원망하기 보다는 그 곳 생활을 즐기며 티없이 맑게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간혹 어떤 아이들은 우리 팀원들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너무 많은 아이들이 같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 줄 부모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그곳 원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렇게 단기 봉사팀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가끔씩 찾아 오지만 대부분 잠깐 있다가 가버리기 때문에 되려 아이들이 상처 받고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도 고작 3일 밖에 같이 못 있는 것이 참 미안했다. 마지막으로 고아원을 나설 때 아이들의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가슴 따뜻한 사람들

그 후로는 우리 팀이 계속 같이 다녔다. 고아원 사역과 아웃리치를 병행해서 여기저기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공연도 하고 의료봉사도 베풀고, 또 일송정이나 두만강과 같은 유명한 곳도 겸사겸사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나는 연길에서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나와 생일이 똑같은 형이 우리 팀에 있어서 우리는 얼떨결에 같이 생일축하를 받게 되었다. 팀원들의 사랑의 편지와 박카스 선물, 그리고 케이크를 먹으면서 정말로 감사했다.

봉사활동 이라고 해서 봉사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길의 많은 분들께서 우리 팀을 기꺼이 대접해주시고 초대해주셔서 정말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과 좋은 것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롯디리아(롯데리아 아님) 사장님은 두 번이나 우리 팀을 초대해주셔서 우리도 작은 성의를 표시했었다. 이렇게 가슴 따뜻한 사람들과 이 곳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나는 봉사활동 기간 내내,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했던 이들의 아픈 마음과 거친 손을 어루만지며 내가 받은 이 따뜻함이 그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빌었다.

 

나는 너무나 행복한 사람임을

동계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도 지구상에 수많은 사람이 부모를 잃거나 혹은 집이 없거나 먹을 것이 없어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협 받고 있다고 한다. 한 때 더 많이 갖지 못해서 불평과 원망을 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지고 앞으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성경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젊은 청년의 시절의 방학은 어쩌면 학교 수업보다도 더 귀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나보다는 남을 위해 기꺼이 바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이 글을 읽는 사랑하는 북경대의 많은 학우님들도 이번 방학을 통해 값진 나눔의 경험들을 많이 쌓게 되기를 기대한다.

                                                                                                                                             글_ 송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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