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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인터뷰

북경대학 MBA 학생으로 살기 -People in PKU

People in PKU
회계사 김대훈, 북경대학 MBA 학생으로 살기

최근 전 세계적인 취업난과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MBA(경영학석사) 과정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 수 많은 비즈니스학교와 경영대학에 MBA과정을 개설되어 있고, 경영대학원 사이에서는 학부 졸업반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학생들 사이에서는 명문 대학교에 진학하여MBA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한 눈에 받고 있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MBA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지구촌 인재들이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는 가운데, 취재팀은 북경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회계사 김대훈 씨를 만나 보았다.

나른해질 만도 한 일요일 오후. 멋모르고 김대훈 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는 그의 열정적인 강의가 한창이었다. 10 평 남짓 되는 공간이 김대훈 씨의 밝고 우렁찬 목소리와 다른 학생들의 열정을 담아내기엔 조금 역부족인 듯 보였지만, 화기애애하고 다정다감한 그들의 모임에서 김대훈 씨의 여유롭고 당찬 모습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추석 특강이랄까요?”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은 아홉 명과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회계학원리를 설명하는 선생님 한 명. 누가 봐도 그룹 과외로 오인할 만한 현장이지만, 사실 선생님을 포함은 이들 모두는 북경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이다. 추석은 물론이요, 열흘 가까이 되는 국경절 연휴도 잊고 스터디 그룹 모임을 갖는 그들. 평소 빌려 쓰던 학원 강의실이 연휴에는 문을 닫는 바람에 그룹 멤버 중 한 명의 아파트에 모여 스터디를 강행 중이란다. 다 같은 MBA 학생 신분이지만 그룹에서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김대훈 씨는 한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을 뿐 아니라 이미 회계사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공부에 무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 한국에서 1994년 한국 서강대학교에 입학했던 그는, 1999년 회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수 년간 산동 회계법인, 삼정 회계법인 등에서의 실무를 통해 경력을 쌓은 후, 올 해 9월 북경 땅을 밟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3년 전부터 중국에 관심을 갖고 중국에서의 MBA를 계획했었다고.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중국 회계와 세무가 그 영역에서도 전문 분야에 속하고 거의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 그가 중국 행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다양성을 체험하는 기회
아무래도 MBA 과정이다 보니 이 날 모인 스터디 그룹의 멤버만 보아도 정말이지 서로 다른 배경과 영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많다. 이들뿐만 아니라 외국 학생들도 자연스레 많이 접하게 되는데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이 다양성을 체험하고 인정하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그는 말한다. 교수의 100% 강의 식 학부 수업과는 달리, 팀 별로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토론하는 일이 대부분인 MBA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학부 전공의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의 토론을 통해 외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고, 또 그들이 어떻게 한국과 한국인을 바라보는지를 파악하는 한편,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고. 외국 친구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생각이나 활동 범위를 끊임없이 넓혀야 한다는 자극이 된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수업시간

시간은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지 말라!
게을리 걸어도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하루하루 전력을 다하지 않고는 그날의 보람은 없을 것이며,
동시에 최후의 목표에 능히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괴테


북경대학의 MBA 는 MBA와 IMBA로 나누어지는데, MBA는 중국어로 진행되는 로컬 MBA 과정이고IMBA는 영어로 진행되어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인터내셔널 MBA 과정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표에 따라 일정한 수업을 받기는 학부생과 마찬가지. 그러나 교수님이 차려주는 밥상을 먹고 소화하는 학부생의 수업과 비교했을 때, 실질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목적을 둔 MBA 과정은 특별한 과제가 없기 때문에 자기 관리와 시간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수업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가 놓치게 되는 것이 많다. MBA를 이수하는 똑같은 2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이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휴가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래서 그는 휴일에도 쉬지 않고 스터디 그룹에서 다른 멤버들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보충 학습을 하며, 수업이 없는 저녁 시간에는 중국어 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등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려 노력한다.


무한한 가능성, 북경대학 MBA
미국 MBA와 비교하면 아직은 그 역사도 길지 않아서 졸업생도 많지 않고 커리큘럼도 상대적으로 엉성하긴 하지만 중국MBA에 도전하는 이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미국, 영국과 유럽 등의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위였지만, 세계 속의 중국의 가능성과 위상을 높게 사는 이들은 이제는 GMAT (경영대학원 입학 시 요구되는 시험) 점수가 미국 명문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로 높아도 중국으로 발을 돌리기도 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목표는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중국에서의 발판을 마련해 중앙 관리자가 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이들, 북경대학 MBA의 무한 가능성을 믿고 북경대학에 자신의 미래를 걸어본다. 김대훈 씨 그 역시, 한국에서의 회계사 경력을 바탕으로 중국에서의 북경대학MBA라는 또 다른 경력을 발판으로 삼아 중국에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이 부딪히는 복잡한 회계나 세무 관련 문제를 전문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전문가가 될 날을 그리며...


조직화된 유학생회의 모습 찾아갔으면
북경대학 유학생 중의 한 명으로서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면 북경대학 한국 유학생회가 한국에 있는 다른 대학교의 학생회에 비해 너무 조직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그가 말한다. “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개개인의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북경대학 유학생회라는 조직을 키워야만 모두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두 유학생회 성장에 관심을 갖고 희생하여 한국에서든 중국에서든 그 활동 범위를 넓히고 규모를 늘려, 유학생회의 위상이 유학생 개개인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 졸업생이 5명밖에 되지 않는 북경대학MBA학생들은 조금이라도 그 “판”을 키우기 위해 작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스터디 그룹이 그것이고, 인터넷 커뮤니티(http://www.freechal.com/BeijingMBA) 역시 그들의 노력 중 하나라고.

그는 유학생회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도와주거나 이끌어줄 의향이 있다고 열의를 보인다. 영어 원서 교재로 중국어 수업을 듣는 학부생들을 위해, 자리만 마련해 준다면 공부를 도와줄 생각도 있다고. 자신이 희생해서 유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자신을 포함한 전체 유학생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그는 유쾌하고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글 _김새롬, 김방울 사진 _강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