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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라이프

판자위엔, 중국 골동품을 찾아서

나의 북경 여행기 ——중국 골동품을 찾아서. 판자위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국경절의 마지막 날. 다른 지역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난 또다시 북경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 하면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을 떠올리지만 그 동안 정작 내가 살고 있는 북경 여행은 한번도 제대로 떠나본 적이 없었다. 이것 저것 여행가방 들쳐 맬 필요도 없었다. 교통카드 한 장과 배터리 충분한 디카 하나면 나의 여행 준비는 끝이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판자위엔. 우리나라 인사동 같은 곳으로 북경의 골동품 시장이란다. 여행 가이드 북에도 살짝 소개 된 듯한 그 곳. 내가 살고 있는 오도구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国贸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 판자위엔 역에서 내리면 된다. 원래는 주말에만 여는 벼룩 시장 같은 개념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매일 북적 인다고 한다. 내가 갔던 그 날도 국경절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길가를 가득 매웠다.

명나라, 청나라의 물건뿐만 아니라 중국 창건 초기의 물건들도 있다는데 대다수가 가짜라고 한다. 일부의 경우는 골동품처럼 보이기 위해 땅속에 묻어두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사고 싶은 물건이 없기도 했지만 비싼 돈 내고 선뜻 물건 사기가 겁이 났다. 아무리 가짜 골동품들이 판치고 있다고 하여도 중국인들의 전통 문화재를 마음껏 만져보고 구경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나의 판자위엔 여행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잠 못 이루는 누군가의 고민을 적어 내려갔을 법한 붓과 무언가를 바라며 닦고 닦아 손때 묻은 불상과 어느 누군가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낡은 물건들이 세월을 뛰어넘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했다.

잠시 몽롱해 있던 나의 정신을 깨우는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보니 평소에 듣던 얼후 소리와는 다른 연주소리.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얼후 소리가 판자위엔 골목을 가득 에워 쌌다. 그것들의 오묘한 어울림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국의 지나온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그 곳에서 만난 파란 눈의 아저씨는 청동 불상을 신기하듯 바라보더니 급기야 아이만한 불상을 사 들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파란 눈의 아저씨가 산 것은 비단 불상 뿐만이 아니라 그 아저씨 마음 가득 중국을 산 것이다. 이미 중국 생활에, 중국 문화에 젖어있는 나에게 신기해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중국에 처음 온 사람, 서양인들에겐 하나하나가 신기함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내가 잠시 둘러보았던 그곳에는 오늘도 과거를 여행하는 사람과 삶을 파는 사람들로 북적 인다. 이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_ 박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