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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이슈

중국에서 가짜 호두란……

중국의 호두 문화
며칠 전 버스 안에서 통해 귀가 솔깃해지는 뉴스를 봤다(버스 안에 티비 있음). 다름이 아니라 중국 어느 도시 길거리에서 상인들이 ‘가짜 호두’를 팔다가 적발 되었다는 것이다.

‘쯧쯧…… 이 인간들이 또 먹을 걸 갖고 장난을 치는군……-_-’
맨 처음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골판지 만두 소문, 가짜 달걀 사태, 멜라민 파동 등등으로 인해 울 엄마의 ‘먹지마 리스트’는 종전에 없이 길어져 버렸다. 그런데 이젠 호두까지!!!!

왼쪽: ‘가짜 호두’ . 오른쪽: 진짜 호두


하남(河南)의 이 노점상인들은 손님 한 명이 올 때마다 호두 한 알씩을 까 주었다 한다. 까 준 호두는 껍질도 얇고, 속도 꽈~악 차 있는데다 마트가격 보다 훨~씬 싸서 혹한 손님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손님들, 집에 와 호두를 까려니 망치로 수없이 내려 쳐도 안깨지더랜다(최강호두-_-b)……오기 붙으신 소수 분들, ‘먹겠다’ 가 아닌 ‘깨겠다’는 일념으로 현관문 사이에 끼워서 깼다 한다(알고 보니 중국에선 원래 잘 쓰는 방법이었다. 요령만 있으면 깨끗이 잘 까진다더라). 허허, 깨보니 안에 껍데기(혹자는 나무재질)만 옹골졌단다. 혹자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호두 라기도 하고, 혹자는 인공 호두는 아니나 속 알맹이가 거의 없는 야생 호두라고 추측한다. 어쨌든 먹을 알맹이가 없으니’가짜 호두’라 부른 것이다.

호기심에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그런데 왠걸? ‘가짜 호두’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자 우선 순위의 검색 결과는 하남의 ‘가짜 호두’가 아니었다. 무수한 가짜 호두 분별법, 그리고 가짜 호두 한 쌍을 300위안(요즘 환율로 6만원이 넘는 가격)에 샀다는 사연 등 범상치 않은 검색 결과는 필자를 당황시키고도 남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무수히 많이 출현한 ‘文玩核桃’라는 단어가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문완호두(文玩核桃).. 번역하자면 ‘완상(玩賞)용 호두’겠다. 먹기 위함이 아닌, 소장하고 즐겨 구경하기 위한 호두라 한다. 혹은 ‘건신호두(健身核桃)’ 라고도 한다. 호두 알을 손안에서 이리저리 쥐고 놀면 지압효과가 있어 나온 말이다.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인 문완호두는 한나라, 수나라 때 이미 시작해 당나라 송나라 시대에 유행하고 명나라 청나라 때 성행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 온 것이다. 호두가 살짝 설익었을 시기에 흠이 깊고 크기와 모양이 아주 흡사한 두 알을 고른 뒤 (꼭 한 쌍이라야 한다)짧게는 십 년,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틈틈이 손안에서 갖고 놀아 색이 진해지다 못해 검붉은색이 되면 문완호두가 완성되는 것이다. 색깔의 고운정도, 홈의 모양과 패인 정도, 한 쌍이 흡사한 정도에 따라 일반 문완호두는 100-4000위안 사이의 가격에서 거래된다고 한다(약 한화 2만원에서 100만원 사이). 건륭황제 때 만들어진 문완호두의 가격은 200만 위안(약 한화 4억)도 훌쩍 넘는다 하니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조’ 가짜 호두는 길거리가 아닌 경매장과 개인 문완호두 거래서 판을 쳤던 거다.

앞의 붉은색 호두: 가짜 문완호두. 뒤의 옅은 색 호두: 문완호두가 되기 전인 진짜 호두. ‘공자모(孔子帽)’라는 품종의 호두라 한다.


 


가짜 문완호두. 만약 진짜였으면 약 2만 위안(약 400만원) 정도에 거래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가짜 호두는 단순한 식품문제뿐만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액수의 사기였던 것이다.
그래도 먹지는 못하니 인명 피해(-_-;)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을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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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중국 문화 알게 해 줬으니 가짜 호두한테 감사해야 하나?-_-?

글_ 김민선
PKU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