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INA/시사

중소기업 잡아먹는 귀신 키코, 그 진실은?

올 한 해 환율 급등과 함께 문제로 떠오른 ‘키코(KIKO)’. 이로 인해 태산LCD, 사라콤 등 쟁쟁했던 중소기업들이 경영위기에 몰렸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금융기관 사이에 갈등의 골까지 패어버렸다. 키코, 도대체 어떤 상품이기에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일까?

키코의 정식 명칭은 ‘Knock-In, Knock-Out option trading’이며, 통화옵션거래의 한 방식을 말한다. 이 상품은 일정한 구간이 있어 환율이 그 구간 내에 있을 경우 약정환율(행사가격)에 외화를 팔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만일 환율이 지정한 구간의 하단을 내려가면(Knock-Out)? 이리 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기업은 옵션 가격만큼만 손해보고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환율이 지정한 구간의 상단을 올라가면(Knock-In) 이 때는 위험해 진다. 계약 금액의 2, 3배를 시장가보다 낮은 지정환율에 팔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다. A라는 기업이 은행과 100달러, 약정환율은 달러당 1000원, 환율 상단은 1050원, 하단은 950원으로 키코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환율이 950원 밑일 경우 A기업은 950이라는 약정환율에 외화를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950원 위일 경우 옵션을 포기하고 제 가격에 팔 수 있다. 물론 옵션 가격만큼은 손해를 보겠지만 환차손(환율 변동으로 보게 되는 손해)에 대해 보험 들었었다 생각하면 크게 아깝지는 않다. 중간에 환율이 한번이라도 950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계약은 자동적으로 무효가 된다. 이 때는 옵션 가격만 손해 볼 뿐 아니라 환차손도 그대로 가져가게 된다. 그리고 환율이 1050을 넘어가게 되면 950원이라는 약정환율에 손해 봐가며 외화를 팔아야 한다. 게다가 이 손해란 것이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무한정 불어나게 된다. 만일 ‘레버리지 키코’에 가입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레버리지가 2인 키코에 가입했다면 계약금액의 2배인 200달러를, 3인 키코에 가입했다면 계약금액의 3배인 300달러를 약정환율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환율이 지정한 구간에 있을 경우에도 유효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키코 외에도 눈 여겨 볼 점이 있다. 바로 ‘오버헤지’문제 이다. 오버헤지란 보장이 필요한 금액을 넘어서 계약 하는 것을 뜻하는데, 위의 예를 빌리자면 보장이 필요한 금액은 100달러뿐인데, 200달러 혹은 300달러를 가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고자 한 금융기관과 더 많은 환차익(환율 변동으로 얻게 되는 이익)을 얻고자 한 기업 모두 이 ‘오버헤지’를 선호했었고, 이는 이번 상태를 더욱 궁지로 몰아갔다. 덧붙이자면 요 근래 계속 환율과 그 변동폭이 낮게 유지되었던 탓에 레버리지 키코에 가입한 기업이 많았던 것도 크게 한 몫을 했다.

현재 태산LCD는 기업회생절차에 있는 상태이고, 사라콤은 최종 부도 선고를 받는 상황까지 갔다가 겨우 부도를 면했다고 한다. JVM은 상장사 최초로 키코 계약을 파기 했으며, 중소기업중앙회와 환헤지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는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서로가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생겨난 도덕적 해이의 결과, 과연 그 대가는 누가 치러야 옳은 것일까?

Gone with the wind...
(windmelody114@hotmail.com)

글_ HoneyWind
PKU Blogger

1. 보충 자료: 키코 외에 화제가 되었던 환헤지 상품
피봇(PIVOT): 계약 시 환율 구간을 설정한 뒤 환율이 지정한 구간 내에서만 움직이면 약정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며, 환율이 지정한 구간의 상단을 올라갔을 경우에 손해를 보는 점은 키코와 같다. 그러나 환율이 지정한 구간의 하단을 내려가게 되면 약정환율에 외화를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키코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
스노볼(Snow Ball): 키코와 달리 한 달 단위로 행사가격이 바뀐다. 예를 들어 약정환율이 1000원 일 경우, 다음 달 환율이 900원으로 내리면 외화를 1100원에 팔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다음 달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900원에 팔아야 한다. 레버리지도 키코의 5~10배로 수익이건 손실이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하여 스노볼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2. 용어 정리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처음 미국에서 보험 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법 또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행위에 모두 쓰인다.
행사가격: 옵션을 매수한 사람이 그 옵션의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가격을 말한다.
레버리지(Leverage): 원래 지렛대를 뜻하는 말이며, 부채를 가리킨다. 즉 레버리지가 높다는 것은 부채가 많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레버리지 효과’란 타인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가리키며, ‘레버리지 비율’이란 총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 즉 부채의존도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