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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시사

중국의 화려한 발전 뒤에 가려진 상처


매번 북경의 겨울이 찾아올 때면, 우다코(한국인 밀집지역)의 유흥가에서 꽁꽁 얼어붙은 손으로 동냥을 하는 거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너무나 흔히 보이는 광경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무심코 지나치지만, 혹한의 겨울을 종일 밖에서 보내는 그들은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 푼 이라도 더 받아 보겠다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 거지 아줌마, 얼핏 보아도 60이 훌쩍 넘었을 것 같은 할아버지, 이렇게 사회의 약자들은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2008 북경올림픽을 개최하기 전 중국 정부는 이런 수많은 도심의 거지들로 인해서 골치를 앓았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너무도 쉽게, 또 많이 눈에 띄는 거지들은 중국인들의 체면을 깎아 내렸다. 일부 언론에서는 거지들의 수입이 일반 노무 근로자들의 수입을 훨씬 웃돈다는 보도까지 하면서 그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고 길거리에선 거지들을 어디론가 쫓아내는 공안(경찰)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중국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많은 중국인들이 거지들을 굉장히 혐오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력도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며 살아가는 일이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 누구도 거지를 떳떳한 직업(?)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을 안 한다고 거지로 살아가야 할 사람은 많지 않다. 노인들은 많던 적던 어느 정도의 생활 보조금을 받아가며 살 수 있고, 자주는 아니지만 어려운 이들은 돌봐주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 그들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던지 아니면 그냥 인생의 실패자이던지 그들은 적어도 한국인으로서 동포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북경에 유학중인 많은 유럽나라들의 학생들이 실업수당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을 아는가?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복지정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보면 뻔뻔스럽게도 국가의 돈으로 유학생활을 즐기고 있는 샘이다. 중국의 거지, 한국의 노인, 실업수당을 받는 스위스의 학생, 이들간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약 20년 이상을 이어온 중국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한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은 완전한 계획경제 체제였다. 공산당은 장기간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땅 위에 자본도 기술도 없이 새 나라를 세워야 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공산품과 농산품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 이였다. 다시 말해서 공산품의 가격을 높게 정하고 농산품의 가격을 낮게 정해서 그 차액으로 국가 발전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공업설비들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발전 전략은 도시와 농촌 빈부격차를 만들었고 거기에 하나 더 호구제도(국가가 국민의 거주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는 농촌 노동력의 도시로의 이동을 막아서 이런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8억 농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많은 것을 국가에 의해 희생당해야만 했다.

중국인들은 지금껏 그들의 인본사상을 강조해 왔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그들의 복지정책은 중국 특유의 체면치례가 아니었나 싶다. 농촌에서 불법으로 이주해온 도시 노동자들의 생활은 여전히 비참하지만 여태껏 중국의 전태일은 나오지 않았고 빈민들은 국가의 천덕꾸러기가 되어서 방치되고 있다. 과연 GDP성장률 10%의 결실은 누구에게 돌아 갔는지 묻고 싶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 이런 농촌문제, 빈부격차 문제들이 많이 대두되었다. 2008년 인민대표회의(중국의 최고 정치기관의 가장 중요한 회의)에서는 농민 문제가 다시 한번 중점으로 다뤄졌고 농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들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사회복지사업도 많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이제서야 막 복지제도를 위한 조금의 노력을 보이기 시작하는 듯 하다. 

중국 하면 더럽고 야만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한국인들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모습이 일부분 존재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 민족의 문제라기 보다는 과거 국민들에게 어렵고 힘든 삶을 살도록 강요했던 중국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였다. 우리는 한국의 60년대가 어떠했는지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추운 겨울이 될 듯 싶다. 그 어떤 정책으로도 우다코의 거지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할 순 없겠지만, 중국을 사랑하는 이웃나라의 친구로서 우다코의 걸인들이 ‘할아버지’라는 조금 더 따듯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희망한다. 

글_ 권혁건
oldkw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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