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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캠퍼스&라이프

북경대 동아리 소리하나 축제 감상, 그 후-

 1993년 설립 후 14년 연속으로 성황리에 공연을 했던 북경대학교 노래동아리 ‘소리하나’가, 12월5, 6일 제 15번째 마침표를 찍었다. 파티문화, 심지어는 축제문화조차 그리 정착되지 않아, 한국의 여느 대학생들과 비교를 한다면 어쩌면 단조로울지도 모르는 유학생들에게 ‘소리하나’의 공연은 기대되는 볼거리가 되주시겠고, 필자가 6일 마지막 날 가서 기함을 할 만큼(뭐, 심지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주둥이 댓발 내밀만큼-)구경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결론부터 우선적으로 얘기하자면, 공연은 정말 재미있었고, 멋있었으며, 파워풀했다. 그것은 20대 창창한 청년들의 무언가를 향한 열정과 노력, 그리고 가슴 터질 듯 부풀어오르던 기대감을 조화하고 융합해 형성해낸 결정체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에 심지어 보는 나조차도 기분이 묘했다.

 소리하나에 같은 과 동기들이 많아, 그 동안 나도 자연스레 눈 밑에 다크써클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둠의 자식을 부양하시며 눈물 나게 연습을 해오던 그들을 보았고, 그렇기에 내가 소리하나 멤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그 동안의 폐인모드를 벗어 던지고, 1년에 한번 하는 대변신답게 전날 보았던 그 동기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하나같이 화려하고 예쁜 사람들만이 공연장소 입구에서부터 서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겨우 자리에 앉아 무대를 향해 시선을 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공연. 귀여운 팝송, 멋들어진 솔로곡, 부드러운 커플송, 파워 넘치는 가요 등 두어시간 남짓한 시간 내내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가득하다. 반짝반짝, 불빛이 무대를 비춘다. 반짝반짝, 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그 빛에 비추어 눈부시게 한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나 열심을 다해 준비했는지, 그리고 그렇게나 열심을 다해 이 공연에 정력을 쏟아내는지, 나는 노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은 어쩌면 젊음의 열기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노래라는 것이 내 인생에, 내 직업에 도움이 될 보장따윈 생각치도 않는, 그저 내가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동력이 되는 그러한 열기. 토론동아리를 하고 있는 내가 순수하게 토론이 재미있다-라고 느끼고 그에 열정을 갖는 것과 같은 본질을 지닌 그러한 감정 아닐까 싶다.

                  

              공연중인 소리하나. 하나같이 그렇게 멋지고 예쁠 수가 없었다.


 소리하나 공연 외에도 나는 이번 학기에 내가 몸담고 있는 토론동아리에서 주최한 토론대회를 위해 힘써보기도 했고, 인민대학교에서 주최한 교내 토론대회 역시 구경 차 가본 적이 있다. 그리고 참 많은 학생들이 참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느 사람 눈에는 시간낭비라 할 지도 모르는 것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여느 사람의 시각이지, 당사자의 시각과 혼동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유학생이라는 신분은 참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제지 당하는 게 많아, 대학생 특유의 열성을 배출하는 기회를 획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혈기왕성한 청년들은 무언가를 추구하고, 질러보기도 한다. 어쩌면 그렇게 구상하고 추구하고 질러버린 일들이 허비해버린 시간도 정력도 너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즐거우면 되는 거다. 대학생이라는 내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시간은 귀한 만큼 내 가치관에 맞춰 멋들어지게 써볼 만한 녀석이라는 거다. 이젠 기말고사시즌이 다가와 얼마 정도 조용할 대학생들의, 유학생들의 ‘사회’지만, 이제 곧 다시금 활성화가 되어 마음껏 질러보는 ‘세계’가 되리라는 것을 기대하고 상상해본다.

글_ 최예지나
PKU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