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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캠퍼스&라이프

북경대 맛집을 찾아라 -교내식당 탐방기

북경대 맛집을 찾아라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에 앉았다. 책, 참고서, 펜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지만 갑자기 등가죽과 배가죽이 상봉하는 것을 느낀다. 살짝 배만 채우면 공부가 잘 될 꺼 같은 느낌. 어쩔 수 없이 잠깐 나와 먹을 것을 찾지만 학교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대! 언제까지 면식부의 따오치에미엔과 자빠오즈에 만족하며 살텐가? 언제까지 위미와 똥빵으로 불리는 초콜릿 빵에 자신의 허기진 배를 맡길 것인가? 이제 결단의 때가 왔다. 중국 음식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거다. 그러나 중국음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한국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과 한국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 가끔 교내 식당을 가보면 서양사람도 꽤 보이지만 유독 한국 사람만은 찾아 보기 힘들다. 웬만한 음식은 식도로 넘기지 않는, 모세혈관에 구수한 된장국물이 흐를 것 같은 많은 한국유학생의 된장남, 된장녀들을 보며 가슴 깊은 통한을 느끼는 바 이제 중학생 때 첫 야동을 봤을 때의 그것과 같은 설레임과 수줍음과 기대와 두려움으로 중국음식을 시식하고자 한다.

어디서 샹차이 좀 먹을 것 같다고 수 없이 들었고 또한 실제로 중국음식을 많이 먹어 봤던 필자도 중국음식을 취재하러 가는 길에는 심장이 발랑발랑 콧물이 질질질 온몸은 후덜덜 식은땀이 줄줄줄 아니 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마음에 안정감이 들고 침은 청계전 마냥 졸졸 나왔으며 기분은 삼일 안 씻고 목욕탕 온탕에 들어온 황홀감을 느낄수 있었다. 위치는 학교 목욕탕 맞은편 쉐에우 식당 오른 편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중국인 기숙사 맞은 편에 있는데 정말 이게 식당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그까이꺼 대충~~ 만든거 같은 콘테이너 박스 같은 게 보이고 간판에 ‘广龙湾食品’라고 써있지만 그 것이 간판이라고 눈치챌 사람은 없을 듯 하다. 식당안에 들어가 보면 안에 요리하는 것이 다 보이게 유리벽이 있어 대체적으로 깨끗한 느낌이 난다. 식탁은 두 개 정도 밖에 없어 사람이 많으면 안에서 먹는 것은 무리인 듯 하다. 하지만 주로 지엔빙(煎饼)류의 음식을 팔기 때문에 굳이 안에서 먹을 필요는 없다. 지엔빙(煎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은 샹차이가 안 들어 가며 모든 음식이 2.5元을 안 넘는 훈훈한 가격이 더욱 그 매력 속에 빠지게 한다.

본격 적으로 먼저‘广龙湾食品’의 최고가, 최고급 음식! 신방전파학원 학생들이 뽑은 연말에 상 줘야 되는 음식 1위! 에 선정된 冰爽煎饼果子를 소개 하고자 한다. 말 그대로 煎饼을 차게 먹는 것인데 그 맛의 오묘함은 말로 형용 할 수 없을 정도 이다. 2.5元이라는 초고가에 걸맞게 재료는 풍부하다. 말랑말랑하게 익힌 밀가루 피에 07학번같이 상큼하고 신선한 상추,오이와 노릇노릇하게 구운 계란을 포옹시켜 놓고 그 위에 두부피로 보이는 물질을 삽입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 소스와 하얀 소스를 뿌려 먹기 좋게 싼다. 그 빨간 소스와 하얀 소스가 이 맛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면 맛이 떨어 질 수 있어 묻지 않고 그냥 먹었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짭짤하면서도 치즈처럼 적당이 느끼하면서도 깨가 들어간 듯 고소하며 상추와 오이에 아삭아삭 씹는 맛이 느껴지는 순간 신방과의 추천이 이빨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작지근 하면서도 감칠 맛 나는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아닌가 싶다.

다음으로 青椒鸡蛋馅가 있는데 피망외에도 부추,(?)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피망맛이 제일 맛나는 것 같다. 크고 긴 군만두 같은 피안에 당면, 피망, 두부피가 들어가 있는데 걍 군만두 맛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안에 피망이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주어 군만두의 밋밋함을 없애 주었다. 가격은2元으로 다소 고가이나 고가에 맞는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삭바삭한 피에 안에 부드러운 당면과 두부피, 거기에 사각사각 거리는 피망을 먹노라면 가슴 깊은 곳에서 감동이 퐁퐁 솟아 나올 것이다.

鸡蛋灌饼은 다소 레벨이 있어 아직 중국음식에 적응되지 않는 이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출출할 때 먹기에 별 무리는 없다. 1.5元 가격 답게 굉장히 간단한 음식이다. 계란 후라이가 통째로 들어간 피에 라지아오 소스를 발라 상추를 넣어 반으로 접어 주는데 그 맛을 표현하자면 계란 후라이 맛과 상추맛, 그리고 라지아오 소스 맛이 난다. 참으로 솔직한 맛이 아닐 수 없다. 있는 그대로 정직한 맛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박한 맛을 즐기는 미식가라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영양죽을 소개한다. 북대 학생식당 곳곳에서 파는 영양죽을 많이 맛 봐온 필자는 그 맛이 아직 한국인의 입맛과 1억광년정도 거리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영양죽을 먹어보라고 권유하기에는 내가 너무 앞서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한 입 마시는 순간 그 국물 맛이 아나콘다처럼 혓바닷에 촥촥 감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7가지 곡물을 밤낮으로 고아 만든 듯한 아주 꼬소롬한 맛이 나는데 아침햇살,검은콩우유랑 비슷한 맛이 나는데 그 맛의 깊이는 아침햇살의 고소함이 지하 10미터라면 이 영양죽의 깊이는 대략 500미터 정도라고 하겠다. 가격은 1.5元으로 마시기 전부터 온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겉으로 보기에는 노란 색인게 무슨 좁쌀죽이 아닌가 착각을 주고 또 뚜껑에 짱구 그림은 혹 불량식품으로 보이게 하지만 그 맛을 보면 그런 의심은 곧 풀린다. 이거야 말로 천국의 물방울이 아닌 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 죽을 공부로 스트레스 심한 수험생에,술로 쩔어사는 심신히 항상 피곤한 대학생, 슬슬 밤이 무서워지는 30대에게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세계 어디에나 맛집은 많고 또 유난히 우리나라 사람이 맛집찾기를 즐겨 한다. 북경안에도 여러 곳이 있지만 북대학생이라면 먼저 학교식당의 맛집을 찾는 게 순서 아닐까? 학교식당이야 말로 가난한 유학생, 중국음식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단기 연수생, 이제 밖에 멀리 나가기 귀찮아 하는 석사 과정 선배님 들에게 훌륭한 영양공급처라 할 수 있겠다. 학교식당없는 대학생활은 가슴없는 한채영, 앙리 없는 아스널, 야동없는 프루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 학식을 재조명해 볼 때이다.

글_ 박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