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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캠퍼스&라이프

북경대의 법대생 이라는 건…

 
입학 4개월 차. 제법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낯선 그대”다. 전공 필수 과목만 따라가는데도 정신이 없다. 북경대는 아주 아주 넓은데, 학교 내의 나의 생활반경이라고는 도서관, 얼지아오(二教), 리지아오(理教)뿐이다. 즉, 캠퍼스의 30분의 1도 안된다는 말.-_- 

 거의 매 주 주어지는 법학원리의 case brief숙제, 한 번 빠지면 따라잡기 힘든 헌법 수업, 마이크를 너무 멀리 잡으셔서 잘 들리지 않지만 책에 없는 내용을 꼭 시험에 내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앞자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중국 법제사 수업, 교수님께서 사투리가 심해서 처음엔 아예 알아듣지도 못한 중국전통법사상사 수업…  

 얼굴은 날이 갈수록 푸석푸석 해지고, 다크서클은 발끝까지 내려가려하고, 머리가 말짱할때보다 흐리멍텅할 때가 더 많지만, 그렇지만! 난 내가 북경대 법대생이라는 사실이 행복하다. 저명하신 학자의 수업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물론 시험 때 죽어난다는 단점이 있지만…ㅋㅋ) 

 헌법 교수님은 정말 유명하신 분인데, 청강하러 오는 학생들도 꽤 많다. 그래서 5분만 지각해도 250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끝자리에 앉아야 한다. 일전에 15분 지각한적이 있었는데, 계단에 앉아서 수업 들었다.-_-;; 헌법 수업은 학기 초부터 좋아했던 과목인데, 교수님께서 수업 중 중국 정치제도에 대해 자주 비판하시곤 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현실을 안타까워 하시곤 한다.

 사상사 수업. 정말 최근에 와서 너무 좋아진 수업이다. 곧 있으면 종강이라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 학기 초반엔 교수님의 심한 사투리로 거의 못알아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교수님의 수업내용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아 웬걸! 교수님 진짜… 강의 내용이 정말 재미있고, 얻어가는 게 참 많다. 역사적 지식과 철학적 지식, 그리고 교수님께서 종종 내비치시는 논리적이고 예리한 개인적인 견해들. 35세 임에도 불구하고, 북경대 법대라는 곳의 교수님이시라는 건…역시…!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였어. 

 아무튼, 북경대 법대 결코 만만한 곳은 아니지만! 참 행복한 곳인 것 같다. 4년 동안 북경대라는 지식의 전당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야지~~

글_ 남규은
PKU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