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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라이프

중국 결혼식, 그 생생한 현장속으로

다가오는 10월, 요즘 숨 막히는 불경기 속에서도 당당히 호사를 누리는 그 곳. 바로 예식장이다. 결혼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 10월의 초가을. 이제 막 어여쁜 결혼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연인들로 한창이다. 그리고 여기 결혼의 단꿈은커녕 번듯한 남자친구 하나 없는 만년 솔로 필자의  속 제대로 긁어주는 중국친구의 결혼식. 난생처음 경험하는 중국의 결혼식. 그 속내를 단단히 파헤쳐 본다.


훗…….여기가 정말 결혼식장?
반가운 친구의 결혼식 소식에 북경에서 상해까지 무려 500원(한화 8만원)을 들여 상해까지 건너갔다. 친절하게 그려진 약도를 친구삼아 도착한 그곳은 다름 아닌 어느 평범한 재래시장 뒤의 마을. 마을 어귀에서부턴 벌써부터 폭죽세례가 한창이었고 덕분에(?)나는 결혼식장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결혼식장은 다름 아닌 내 친구의 집이었다. 넓은 주차장과 웅장한 홀을 겸비한 럭셔리한  예식장을 빌려 진행되는 한국의 결혼식장과는 너무 다른 중국의 결혼식장의 모습에 처음엔 솔직히 흠칫했다. 하지만 신랑 집 마당에서 진행되는 만큼 식장은 이미 온 동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정겨운 여느 마을의 잔치를 연상케 했다.

주례사는 없고 사회자만 있는 결혼식
비록 예식장은 빌리지 못했지만, 하얀 웨딩드레스가 예비신부들의 로망인 것은 확실한가 보다. 내 예상을 깨고 우리 어머님 때에나 입었을 듯한 “반짝반짝”콘셉트에 심하게 집중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신랑의 팔짱을 끼고 동시에 입장했다.

근데 아까부터 먼가 빠졌다 싶었더니 이 결혼식 주례가 없다. 하지만 신랑신부의 왼쪽대각선에 마이크를 잡고나선 이사람. 오늘 결혼식의 사회자 이다. 신랑의 친구쯤 되는 사회자는  일이 분 가량 신랑신부의 가족관계를 소개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리고  이때부터 신랑신부는 스스로 마이크를 잡고 자신들을 연애스토리를 소개하는 등 하객들의 축복을 부탁한다. 마을 주민들과 일가친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폭죽세례가 퍼부었고, 연이어 “신부안고 마당돌기” “대추나눠먹기” 등의 공식적인 장난스러운 주문들이 이어졌다.


술 못먹으면 장가도 못가요
연이어 결혼식의 참맛이라 할 수 있는 피로연이 이어졌다. 신랑신부는 정장차림의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다니면서 참석해준 하객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필자도 막상 받아들긴 했지만 술은 냄새만 맡아도 코를 찌르는 아주 고온의 고량주. 한국에서 온 귀한 손님이라고 마을 사람들의 이목은 이미 집중된 터라 이리 뺄 수도 없고, 할 수없이 입만 갖다 대었다 떼었나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건 미비한 시작에 불과했으니, 신랑 친구들은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르는 고온의 백주를 신랑에게 연이어서 부어준다. 한 테이블의 술잔을 모두 받아 마시고 난 신랑의 얼굴은 이미 백주대낮의 벌건 태양을 연상시키고 신부 또한 여기저기서 적잖은 술잔 세례를 받는다. 하지만 중국에서 결혼하는 신랑신부에게 술을 부어주는것이 축복의 의미라고 하니 무조건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술 잘 먹어 장가가는 친구덕에 난생처음 중국의 결혼식을 경험한 필자. 한국과는 또 다른 소박하고 정겨운 결혼식 풍경에 필자의 마음까지 훈훈해 진다. 앞으로도 그 수많은 폭죽과 술잔의 술과 같이 넘치는 사랑하시길 간절히 바래본다.

중국 결혼식 풍속도-이것이 궁금하다,!?


중국결혼식에는 주례가 없다고!?
 중국의 결혼식에는 한국처럼 주례와 주례사가 따로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회자 개념의 “주츠런(主持人)” 혹은 “쓰이(司儀 - 행사의 진행자, 사회자)”가 결혼식 행사와 이벤트를 진행하게 된다. “쓰이(司儀)”는 보통 신랑, 신부의 가족이나 친구 중의 하나가 맡게 된다. 이 때, 한국에서는 결혼식이 끝나고 난 후에 진행되는 피로연과 짓궂은(?) 장난들이 중국에서는 결혼식 장소에서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쓰이(司儀)” 혹은 친구들의 요구로 재미있게 연출이 된다. 물론, 한국의 폐백에 해당하는 전통적인 내용도 포함이 되어 있다.

피로연의 또다른재미-나오똥팡(鬧洞房)
피로연 장소에서 친구들이 신랑과 신부를 놀리기 위해 이것저것 야한(?) 주문들을 하는데, 이것을 중국에서는 “나오똥팡(鬧洞房)"이라고 한다. 어쩌면 전통적인 결혼풍습 중에서 첫날밤을 맞이한 신랑과 신부를 몰래 훔쳐보던 장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그 주문들을 살펴보면, 저팔계(豬八戒)가 색시를 업고 가는 모양 흉내 내기, 신랑과 신부가 마주보고 입으로 땅콩 먹기, 생달걀을 신랑의 바지 가랑 속에 넣은 후 다른 쪽 가랑으로 꺼내기 등등... 실로다양하다.

결혼식 차량임대가 전체 결혼식 비용의 60%를 차지한다!?
 중국에평범하게 예식을 치르는 경우 전체 결혼비용은 약 6천-7천위안 정도지만 차량비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혼 비용중 사진촬영, 예복, 식장 임대료, 식사 등에 사용되는 금액은 평균 2천위안 정도이고 60% 가량을 차지하는 나머지는 차량 임대에 사용되고 있다는.1만 위안에 달하는 초호화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 그 임대료는 평범한 결혼식비용에서 차량임대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의 5배에 달하는 셈이다.

사탕언제먹게 해줄꺼야?- 喜酒, 喜糖의 의미
중국에서는 결혼식에 가는 것을 "시지우(喜酒) 먹으러 간다"고 한다. 결혼식 만찬에서 신랑신부 혹은 신랑신부양친과 함께 '바이지우(白酒)'를 '깐뻬이(乾杯)'하기 때문이다.
신랑신부는 하객들에게 '시탕(喜糖)'을 돌리는데 시탕은 희(喜)자가 쓰여진 빨간 봉투에 담는다. 요즘에는 쵸코렛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흔히 친구들 사이에 "언제 시탕 먹게 해줄꺼야?" 라고 물으면, 우리나라 식으로는 "언제 국수 먹게 해줄꺼야?"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사탕을 돌릴 때에는 반드시 두개를 담아 주는데 '成二成對(둘이서 부부가 된다)'는 의미에서이다

글_ 성혜영
PKU Blogger
ddochihy@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