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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캠퍼스&라이프

자전거 실종 사건 -누구를 위하여 자전거는 구르나

자전거 실종 사건 -누구를 위하여 자전거는 구르나

아…… 향이라도 하나 사서 피워야겠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 있던 나의 BMW 애마, 자전거가 사라졌다. 그 아이를 위해 지출한 내 2주치 용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놀라움의 다음은 증오다. 그리고 곱씹는다. “어떤…… 것이…… 나의 자전거를?” 화가 난 주인은 거리를 서성이기 시작한다. 마치 막 정신병원 문을 박차고 나온 환자처럼 두 눈을 힘껏 풀어놓고서!

# 1 범인은 언제나 현장에 다시 온다
그래, 내 자전거 훔쳐간 것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한 30분 허수아비처럼 허공을 노려보고 있으면 문득 깨달아 간다. 한 번 간 자전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마치 새파란 젊음처럼.

# 2 중고시장에서는 심심치 않게 잃어버린 주인을 부르는 물건들의 함성이 들린다고 한다
좋아, 먼저 家园 옆에 있는 자전거 수리소부터 뒤져보자. 음…… 그리고 또 화청가원 옆에 있는 중고시장도 가 봐야지. 여기는 모두 중고 자전거의 메카잖아?


아……  순간, 등줄기가 서늘하다. 괴물에서처럼 거대고등어를 봐서 그런 게 아니야. 그 애는 그래도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애교라도 부리잖아. 이건 후회의 식은땀이야. 내가 바로 여기서, 이 중고시장에서 자전거를 샀기 때문에 밀려오는 싸늘함이다. 바꿔 말하면, 누군가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았을 자전거를 내가 샀고, 다시 도둑맞았었단 말인가? 또 풀어 말하자면, 내 자전거를 지금 누군가가 사고 있다는 말이야? 어라? 저 것은 내 자전거에 칠만 다시 한 것 같은데? 아니야, 그 옆에 있는 것은 내 자전거에 바구니만 하나 더 달아 놓은 거 아냐? 아,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심을 머리 위에 달고 있으려니까 심한 어지럼증이 온다. 아냐, 아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호랑이 굴에 들어와서 호랑이한테 날름 먹히면 억울하잖아? 이건 정말 女人街 중고시장에서 내 핸드폰을 발견하는 듯한 불결한 기분이다. 이렇게 두리번거리는데, 멀리서 나와 똑같이 행동을 하는 자들이 눈에 띈다.

# 3 동병상련하는 사람끼리 정보를 나눈다
저 멀리 핸섬한 보이가 휘청휘청 걸어온다. 보아하니 그 쪽도 자전거가 없어졌다.
그는 독백을 시작한다. “내 자전거는 좋은 것도 아닌데, 왜 하필 내 자전거지?  난 그저 집 앞에 매어놓았을 뿐이야! 이번이 두 번째잖아!” 나는 남의 일 같지 않아 저절로 한숨을 쉰다.
아, 이번에는 어여쁜 낭자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길고 긴 이야기를 소개하기에 앞서 그녀가 자전거를 잊어버린 개수부터 밝혀야 한다. 이건 의무감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다. 자, 그녀의 말을 인용해보자. “저는 벌써 6번 잃어버렸어요! 한 번만 더 잃어버리면 ‘럭키세븐’ 이예요!” 누군가 그녀의 자전거를 6번 훔쳐가도 낙관적인 그녀는 또, 또다시, 그리고 다시 또 자전거를 살 거라고 했다. 자, 내친김에 그녀에게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의 질문을 해 본다. 표정이 굳어진 그녀. 도끼눈을 하고, 조금 툴툴거리고는 비법을 전수한다.

# 4 자전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첫 번째, 자전거 가격은 DOWN, 자물쇠 가격은 UP! 자전거는 반짝이지 않아도 좋다.
굴러만 다오. 하지만 자물쇠는 반드시 럭셔리한 것으로 고르자. 지나가던 행인은 한 수 거들어 고국에서 사온 게 많이 많이 튼튼하다고 조언한다. 보통 자전거를 ‘빌려가는’ 양상군자들은 대부분 살포시 않아 자물쇠를 뜯을 수 없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그들의 만능열쇠를 부끄럽게 만들 초 강력 자물쇠를 사자. 실제로 자물쇠 하나 튼튼한 것을 샀다가 훔쳐간 자전거를 되찾은 신화의 주인공이 있다. 의기양양한 그녀 왈: “도둑이 자물쇠를 뜯다 뜯다 못 뜯어서 제 자전거를 학교 동문 옆에 눕혀놨더라 구요!” 다시 한 번 강조! 자전거 값은 바득바득 깎아도, 자물쇠는 제일 좋은 것을 사자.

두 번째, 전신주에 묶어 놓자.
도둑들이 슈퍼맨이나 킹콩 혹은 헐크도 아닌데, 전신주를 엿가락처럼 부러뜨릴 리 만무하다. 믿을 수 없는 허허벌판에 내 자식 같은 자전거를 풀어놓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콘크리트 기둥에 묶어보자. 콘크리트에 묶어놔서 좋은 또 다른 점.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때, 한 눈에 내 자전거를 알아 볼 수 있다. 아, 이건 나같이 등잔 밑 물건을 못 찾는 이에게만 해당된다. 잊지 말자, 콘크리트 전신주!!!

세 번째, 자전거를 교차해서 2개의 자물쇠로 묶어놓자.
그래, 이 세상엔 솔로도 많다. 이 가을에 활활 불타는 솔로의 외로움은 잠시 뒤로하고 자전거만은 이리저리 커플을 찾기 바란다. 자전거를 2개로 묶어 놓아서 좋은 점은, 먼저, 비록 ‘먹기 좋은 떡’이지만 운반 혹은 자물쇠를 풀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상황을 가정해봐라. 어렵게 어렵게 자물쇠 하나를 풀었더니 떡 버티고 있는 또 다른 자물쇠의 존재.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양상군자들에게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인상을 줄게 뻔하다.

# 5 누구를 위하여 자전거는 구르나
그렇다, 인생은 살기 힘들다. 도둑질 같은 음흉한 일은 더더욱 힘들다. 이 세상에는 소유와 무소유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내 것이거나 남의 것이라는 논리다. 도둑질은 옳지 않다. 하지만 남의 나쁜 손버릇에 비난의 돌을 던지기 전에 나를 다시 보자. 도둑질의 소산물인 중고 자전거를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입을 헤 벌리고는 즐겁게 사지 않았는가?  우리는 공범자가 아닌가? 하지만 자학은 이제 그만~ 강철인간 로보트 터미네이터씨도 이렇게 외쳤다.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우리는 자신의 자전거를 잘 간수하고 훔친 것으로 빤히 보이는 물건은 다시 사지 않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순환하는 도둑질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주인이 아닌 타인에 의해 굴러다니는 가엾은 자전거들.
누구를 위하여 자전거는 구르나.

글_ 박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