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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국제뉴스

원명원,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자긍심 -한중 문화유산 시리즈(2)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자긍심,

다큐멘터리 영화 <원명원>

 

외규장각 도서반환 캠페인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요즘 한국사회에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이 운동 보면서 북경대학교 학생인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비슷한 사례인 원명원(圆明园)을 떠올리게 되었다. 학교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원명원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 그저 그냥 폐허로 남아있는 옛날 황실 정원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인식 때문이 아닐까?


2006 10, 중국 전역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원명원>이 개봉되었다 1년 이상의 준비기간과 4년여에 걸친 촬영기간, 그리고 중국 다큐멘터리로서는 블록버스터급에 가까운 1천만 위안의 제작비, 영화 <원명원>은 외국인인 우리의 인식 속에서하찮은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폐허 원명원을 재조명했고 성공적으로 재현해냈다.

2천여년간 중국 황제 통치의 역사에서 마지막으로 찬란하게 빛난 청나라 황실의 주무대 원명원은 청나라의 번영기가 한눈에 드러나는 정치의 중심지이자 중국 고대 도서와 문물의 보고였으며 중국 전통 문화와 서양 문화가 혼합된 건축양식과 각양각색의 원림(园林)들이 전시돼 있는 일종의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원명원>은 그 창건부터 폐허로 남기까지의 전 과정을 그리면서 그 안에서 펼쳐진 청나라 황실의 생활상과 황제들의 정치이념 그리고 청나라의 몰락 배경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CG로 재현된 원명원의 모습

   영화 속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 모습의 원명원은 우리가 알고 있던
, 아니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던 그 폐허 원명원이 분명히 아니었다. 휘황찬란함, 그리고 웅장함 그 자체, 부활한 원명원의 모습은 우리에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외국인인 우리들의 눈에도 이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원명원인데 하물며 중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겠는가? 아마도 영화 끝부분에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원명원이 침탈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중국인들의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원명원이란 뭔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 한때 청나라 제국의 번영과 화려함의 상징이었지만 그랬기에 더욱더 철저히 파괴될 수 밖에 없었던 원명원, 이 위대한 역사적 유산의 소실이 중국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영화는 그 의미를 찾고자 했다. 청나라의 흥망성쇠를 함께하고 중화민족 고통의 역사 그 중심에 있었던 원명원, 중국인들은 이 거대했던, 웅장했던, 그리고 화려했던 옛 황실 정원을 바라보면서 고난의 세월을 회고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현재 남아있는 성터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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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연합군에 의해 완전히 소실된 지 100년이 지난 2008년의 어느 겨울날, 중국 북경 서쪽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청나라 옛 황실정원 원명원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과거의 휘황찬란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져 간간이 옛 성터로만 예전의 웅장했던 과거를 회귀하게 끔 만드는 원명원, 이는 한 제국의 번영과 몰락을 상징한다. 초라한 현재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중국인들은 폐허 원명원을 찾아온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보기 위해서 이 곳에 와있는 것일까? 혹시 청나라의 그 화려했던 흔적들을 조금 이라도 찾아보러 온 것이 아닐까?


   영화 원명원은 우리에게 하나의 큰 시사점을 남겨주었다
. 중국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청나라 초기에 만들어져 중국역사의 내리막길을 걸은 청나라 말기에 폐허로 변해버린 원명원을 재조명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비록 폐허가 되었지만 원명원이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재확인 시켜 주었다. 원명원은 중국인들에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중국인이 생각하는 원명원과 한국인이 생각하는 외규장각은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_ 박지경 하성민 황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