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KU/캠퍼스&라이프

소리하나, 나의 첫 공연 이야기

내 사람, 내 보물. 고마워요, 소리하나
-나의 첫 공연 이야기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북경대에 입학한 지도 어느새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허둥지둥 정신 없이 바쁘게 달려왔던 8개월, 그 동안 나는 수많은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하는 과정 중에서 무언가를 얻고 배운다는 것은 나에게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학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만만치는 않지만 힘든 만큼 보람이 있고, 힘들어도 아무 말 없이 내 곁을 지켜주고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내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 역시 찡그리다가도 웃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자, 여기서 난 8개월 동안의 대학생활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동아리. 소리하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

학기 초 우연히 샤오웬 앞에서의 동아리 홍보를 통해 알게 된 소리하나라는 북경 최초의 한국인 유학생 동아리. 동기들은 대학생도 되었으니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보고 싶다며 토론동아리나 공부에 관련된 동아리에 들겠다고 들떠있었지만 난 이왕이면 학업과 병행하면서까지 머리를 굴려야 하는 동아리보다는 웃고 즐길 수 있는 동아리에 들고 싶었다. 그래서 소리하나가 신입회원 모집을 마감하던 어느 날, 노래를 잘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렇게 즐기지도 않았던 나는 결국 사고 아닌 사고를 치고야 말았고 소리하나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소리하나에 가입했다고 했을 때 어떤 이들은 심지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소리하나? 그거 20학점짜리야. 얼마나 힘든데 그걸 하려고 그래?”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소리하나는 매년 겨울 우리 힘으로 정기공연을 준비하는데 올해 공연은 자그마치 14번째 공연이었다. 선배들이 14년동안 일구어온 역사를 우리 손으로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공연을 하려면 장소를 섭외하고 악기도 빌려야 해서 관객에게 돈을 받고 입장권을 판매하기 때문에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우린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야했다.

소리하나 정기공연은 늘 그래왔듯 매년 겨울에 하게 되는데, 날씨도 날씨인데다 학업에 연습까지 병행하다 보면 워낙 바빠서 건강 관리라는 건 꿈도 꿀 수 없어서 공연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아픈 사람들도 속출한다. 그렇지만 나 하나가 아프거나 일이 있어 빠지게 되면 팀 전체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 사람들은 아파도 힘들어도 꾹 참고 연습에 임해야 하고 공연을 며칠 앞두고 목 감기라도 걸리면 내 몸 아픈 것보다 공연에 피해가 갈까봐 이 약 저 약 챙겨먹으며 전전긍긍하면서 그렇게 공연을 준비한다. 당시 내가 불러야 할 노래는 세 곡에 갑자기 맡게 된 피아노 반주 네 곡이었는데 이번 공연이 첫 공연이기도 하고 겨우 입학한 지 두 달 남짓 되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한껏 받고 있던 나에게 공연준비는 정말이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했고, ‘동아리 활동이 직업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회의까지 들 정도였으니.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후로, 우린 일주일에 3일정도 하루에 2시간씩(연습곡이 겹치는 날엔 4시간, 6시간 연습하는 멤버도 있었다.) 멤버 집에 모여서 쉬지 않고 노래했고, 공연이 가까워올 때쯤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거의 일주일 내내 연습을 해야만 했다. 시끄럽다고 경찰이 올 때도 있었고 밥도 못 먹고 연습할 때도 수두룩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 연습했어도 음이 틀리면 어김없이 혼나야 했고 언니오빠들에게서 “많이 늘었네, 잘했어.” 라는 소리라도 들으면 그 사소한 칭찬에 세상이 우리 것인양 부둥켜안고 낄낄대고.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기에 더욱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제 우리는 며칠 못 보면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한 그런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공연 이틀 전 피아노 연주를 담당하는 분이 다치시는 바람에 한국으로 수술을 하러 가셔서 공연을 도와줄 수 없게 되는 등 눈앞이 캄캄해지는 위기도 몇 번 겪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우린 결국 해냈다. 공연이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사람들이 많이 왔든 안 왔든 우린 우리만의 공연 그 자체를 즐겼고, 그렇게 힘들게 울고 웃으며 함께 준비해온 공연은 이틀 만에 시원섭섭하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공연 후의 뒷풀이 자리에서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며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다사다난했던 우리만의 축제, 꿈같았던 14기 공연을 떠나보냈다. 물론 지금 공연 때 찍은 DVD를 보고 있자면 나 혼자 보고 있어도 분위기에 취해 흥분해서 테러수준의 노래를 부르고도 낄낄대던 우리가 민망스러워 슬그머니 뒤로 돌려 재생하곤 하지만 뭐……이런 것도 다 추억이니까! (돈 주고 구경하신 관객들께는 죄송했어요……)

안 진 얼마 안되었지만 내게 있어 이젠 정말 보물 같은, 앞으로도 더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 힘들었던 시간도 즐거웠던 시간도 여러분과 함께여서 참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소리하나.

북경대 국제관계학원 07학번
글_ 이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