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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북대뉴스

하버드 월드먼이 뭐에요? -(1)

WORLD MUN, 우리가 여는 UN회의

  2006년 3월27일, 북경대 캠퍼스 안에서 우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외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니하오도 못하는 중국어 실력에 큰눈을 두리번거리는 외국 학생들. 진지하고 심각하기까지 한 표정이 단순한 어학연수생은 아닌 것 같은데. “헬로우~?” 영어로 영재교류중심의 위치를 묻는 백인학생을 하나 붙잡고 물어보니 WorldMUN에 참가하러 온 학생들이란다. 그러고 보니 목에는 월드먼 이라고 씌어진 명찰을 걸고 있는데. 월드먼, 그게 뭐지? 왓 유 민 월드먼? 이게 정말 MUN말이래?   

하버드 월드먼이 뭐에요?
하버드 월드먼(Havard World Model United Nations)
은 전세계 대학생들이 모여서 모의로 유엔회의를 개최하는 대학생 최대규모의 행사로 벌써 15년째 열리고 있다. 하버드에서 주최하고 매년 한번씩 다른 국가의 다른 도시로 개최지를 바꾸어가며 열리는데 특히 이번 월드먼은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그리고 북경대에서 열린데다가 각국에서 무려 1200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하여 월드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북경대에도 모의유엔 동아리가 있어서 하버드 월드먼과 같이 이번 북경대 월드먼을 개최하게 된 것.  비록 정식 유엔회의는 아니지만 20개가 넘는 토론주제로 나누어진 그룹별로 진행하는 회의방식은 단순한 대학생 동아리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는데, 영어로만 진행되는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한 토의내용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면서도 대학생이기에 공유할 수 있는 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버드 월드먼은 간단히 국제문제를 토론하는 장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생각을 접할 수 있는 대학생 교류의 창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셈이다.

사진1>북경대 교장 许智宏, WHO중국지부의 Henk, 유네스코 중국지부의 章新胜, 월드먼 공식 후원사인 Merrill Lynch사의 Kevan과 월드먼에 참가하는 총 15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개막식에서 북경대는 무술, 차력, 춤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해서 외국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2>회의장 모습. 회의장의 분위기는 꽤 자유로운 편이어서 화장실을 갔다 오는 학생들도 있고 노트북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참가자들끼리 전달할 사항이 있으면 노트를 써서 자원봉사자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월드먼 회의는 각 그룹별로 철저히 구분되어 있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각각의 주제를 갖고 있는 그룹회의들이 모여서 커다란 '월드먼' 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형태. 그래서 같은 국가의 학생이어도 월드먼에 참가하는 그룹이 다르면 회의 중엔 만날 일이 없을 정도. 원칙적으로 학생들은 자국의 대표단이 될 수 없으며 지원한 그룹과 배정된 나라를 가지고 월드먼을 준비한다. 총 20개가 넘는 그룹은 식량문제, 유네스코, NGO, 국제은행 등으로 월드먼 기간인 5일동안 6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결론을 얻어낸다. 각 그룹별로 소수의 진행자가 있고 참가자는 적게는 20명, 많게는 100여명정도로 각 그룹마다 참석인원과 규모가 다르다. 각 그룹의 참가자(deligate)들 중에는 각 팀 별로 대표(head deligate)들이 한 명씩 있어서 대표자 모임을 따로 갖기도 한다. 회의 방식도 정말 다양한데, 보통은 돌아가면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지만 중간에 진행자나 다른 참가자가 말을 끊기도 하고 다수결을 이용한 문제선택 등으로 굉장히 촉박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에도 브리핑이나 영상자료를 보면서 강의와 회의를 번갈아 진행하는 그룹도 있었고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모두 밖에 나와서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그룹도 있었다. 회의 방식을 전적으로 그룹의 자율성에 맡긴 모습이었다.

북경대에서는 모든 그룹의 회의를 한 건물에서 열기는 무리라고 판단, 몇 개의 건물에 그룹들이 나누어져서 배치되었다. 그 중 영재교육중심에는 8개의 그룹과 인터넷, 워드 제공실, 그리고 메인 오피스가 설치되어서 많은 외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회의 중간에 빠져 나온 학생들은 커피와 과자 등을 먹으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기도 했다. 또한 메인 오피스에서는 그룹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월드먼을 주최하는 학생으로서 관리자와 스태프 등이 이곳 일층에서 잡무를 보았기 때문에 영재교육중심은 굉장히 활기찬 분위기였다. 개최지가 북경대이다 보니 아무래도 스태프들은 중국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다들 유창한 영어실력과 매너로 회의 진행에 부족함이 없었다. 쪽지 전달을 위한 자원봉사자들도 각 그룹별로 두세 명씩 배치되어 참가자들끼리의 의사전달을 도왔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해서 저녁에야 끝나는 바쁜 일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이 기간 내내 회의준비에만 몰두하는 건 아니었다.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진행된 회의 틈틈이 만리장성, 고궁 등으로의 여행 스케줄도 있었고 밤에는 다 같이 클럽에 가거나 각국의 음식, 문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여러 문화와 교류하고 각국의 학생과 친분을 도모하는 것 역시 월드먼의 커다란 의의 중에 하나. 이렇게 친해진 세계 각국의 학생들은 나중에도 계속 친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한번 참가했던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월드먼은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호텔에서 같이 생활하는 만큼 외국학생들과의 교류에는 정말 이만한 행사가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은 어떻게 월드먼에 참가했을까? 대강의 방식을 물어보니 각 학교마다 개인 혹은 단체로(단체인 경우에는 팀이 구성되며, 팀의 대표가 head deligate가 된다) 월드먼에 참가신청을 낸단다. 그렇기 때문에 한 국가에서도 여러 모임이 나올 수가 있고 각 팀 별로 월드먼측에서 그 팀이 맡을 국가를 배정해준다. 특별한 시험은 없고 자유로운 영어 소통과 대학 본과에 재학중인 학생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대학시절 경험해 수 있는 여는 여타 행사와 회의들 중 최대규모라 할 수 있는 하버드 월드먼, 이런 행사를 아시아 최초로 북경대에서 개최다는 점, 중국의 발전속도와 북경대의 위치가 그만큼 국제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다만 아쉬운 점은 월드먼 행사는 참가자와 스태프 외의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회의를 지켜볼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월드먼의 책자 또한 일반 학생들에게는 배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드먼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었던 학생들에게는 약간의 실망감도 안겨주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서 다른 나라 학생들과 조금이나마 더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월드먼이 세계 대학생들의 의견교류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뜻 깊은 행사임은 분명할 것이다.
월드먼 사이트 공식사이트에서 (www.worldmun.org) 2006월드먼과 그 이전 월드먼들에 대한 자료와 사진들을 열람 가능하니 관심 있는 학생들은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취재_ 백진규 사진_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