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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북대뉴스

북대, 제 1회 유학생토론대회에 가다

어느새 우리학교 매 학기 고정 행사로 자리 잡게 된 “토론대회”. 이번 학기에는 길거리 포스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第一届 北京大学留学生辩论赛>>. 더 이상 한국 학생들만의 대회가 아닌 중국어를 통한 전체 유학생 토론대회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2008년 5월 15일. 동아리 “논객”의 주최아래 제 1회 북경대학유학생변론대회가 북경시의 자가용 소비 규제 정책 찬반을 주제로 그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결승전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쟁쟁한 두 맞수가 붙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여느 결승 때와는 그 “색”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여기저기에서 감탄과 찬사 그리고 탄식(?)이 쏟아졌던 이번 토론 대회의 쏠쏠했던 묘미를 분석해보자!

#1. 패널들의 현란한 汉语스킬.
  어떤 이는 감탄을 했고, 어떤 이는 한없는 자괴감에 빠졌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총 3주간에 걸쳐 토론 대회장을 찾은 사람들은 그저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모국어가 아닌 중국어로 토론을 한다는 것부터가 외국인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 참가자들의 그야말로 현란했던 중국어 실력은 애당초 토론이 제대로 진행될 수는 있을까라는 우리의 우려를 단번에 일축해버렸다. 대회 후,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패널들의 거침없는 중국어 실력에 혀를 내두르기 바빴다. 그들의 눈에 비춰졌을 우리 “유학생”들의 모습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그 뿌듯함에 어깨가 들썩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뿌듯함과 동시에, 같은 유학생으로서 받는 상당한 충격은, 토론이 끝난 후, 종종 걸음으로 대회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내뱉은 찬사 섞인 탄식에서 그대로 묻어 나왔다. “나는 언제쯤이면 저런 중국어를...”, ”중국에 온지 몇 년 짼데, 난 왜...” 등등의 발언들. 조금은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이런 자극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칫 잘못하면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는 우리에게 가끔 이런 신선한 충격이 가져다 주는 목적성 있는 생활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2. 다국적 팀의 등장.
 “색”달랐던 대회장 풍경의 중심에는 한국을 비롯한 다국적 유학생들이 있었다.
어찌 보면 한국유학생들만의 지식교류에 지나지 않았던 토론대회가 이제는 국적 불문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케일 큰 “교류의 장”이 되었다. 비록 한국 학생들만의 대회 때와는 달리 다루어진 주제들이 대체적으로 더 보편적이고 추상적이었지만, 그 아쉬움보단 유학생 전체가 다같이 어우러져 토론할 수 있었다는 것에 더 값진 의의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토론 대회에 참가한 팀은 총 *팀, 그 중 순수 한국 유학생들로만 이루어진 *팀 이외에 *팀의 다국적 팀이 참가했다. 비단 아시아권 학생들만이 아닌 노랑머리 서양유학생들까지 참여해 대회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토론” 그 이상의 볼거리를 선사해주었다. 국적이 다르고, 생김새가 달라도, 우리는 “중국”과 “열정”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었다. 가끔은 당황한 나머지 떠듬거릴 때도 있었고, 흥분한 나머지 얼굴이 벌게 질 때도 있었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토론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열정을 품고 있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토론 대회는, 중국이란 같은 나라에 비전을 품고 만난 “우리”를 한데 뭉치게 하는 소중한 계기였다~ 할 수 있겠다!  

#3. 재치 있는 언변에 버금가는 위트만점 팀 명.
  이번 결승전에 올라온 두 팀의 이름은 각각 “95”와 “paragon”.
“95”는 세 명의 팀원 모두가 1995년에 중국에 왔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paragon”은 “베테랑”, “뛰어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 아쉽게도 결승전에 진출 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토론 대회에 참가했던 팀들 모두 “위.트.만.점” 팀 명을 자랑한다.  “설변천하(舌辩天下)”는 한자 하나하나의 적절한 조합으로, 상대팀의 기선을 적당히 제압하였다. 법학과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L”이었다는 팀도 알고 보니“再别康桥”라는 진짜 팀 명이 있었다. “徐志摩”의 시 《再别康桥》중“轻轻地我走了,正如我轻轻地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경쟁해서 이기기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어 소중한 추억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老外子汉”(서양인들로 이루어진 팀), “토크빌” 등등 참가자들의 이번 대회에 대한 애착은 비단 토론 중에서뿐만 아니라 대진표 위의 이름에서도 여실히 묻어 나오고 있었다.  

 

글_ 최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