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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북대뉴스

교양과목추천-爱的心理学 (사랑의 심리학)

 It is love, not reason that is stronger than death.
죽음보다도 강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사랑이라 누군가는 말하였던가. 이것이 없었다면 철학도 예술도 그 시작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모든 유행가 가사는 공감해줄 청중을 잃은 채 그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자가 본 지에 소개하려는 수업은 인류의 시작이자 인류 발전의 씨앗인, 바로 ‘사랑’에 관한 것이다. 사랑의 심리학’ 이라는 수업의 이름만 듣고 연애편지 잘 쓰는 법, 관심 있는 이성에게 잘 보이는 법 등 남녀간의 연애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일 것이라고 기대한 학생들에게는 본 지면이 실망을 안겨줄 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많은 대학에서는 사랑, 성에 대한 실용적인 연애수업이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나, 본 지면에서 소개될 ‘사랑의 심리학’ 이란 수업은 이론성이 강한 수업으로, 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 인간관계에 대해 연구한다. 


 이 수업에서 다루는 인간관계는 크게 어릴 때에 겪는 인간관계와 성인이 된 후의 인간관계 두 부분으로 나뉜다. 물론 그 밖에 청소년기의 인간관계도 있지만 그 방면으로는 아직 학계의 연구가 부족하여 수업 내용에서는 제외되었다. 어릴 때의 인간관계는 주로 부모님과의 관계를 말하는데 기자가 청강했던 지난 시간 내용이 바로 모성애, 부성애, 부모와 자녀간의 그리움 등이었다. 강의실에 들어간 순간, 200여 명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떠들며 교수님을 기다리는 다른 수업과 달리, 조용히 교단과 멀지 않은 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40명 넘짓 학생들이 보였고 수업이 시작되어서도 그 조용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는 계속 되었다.

 교수님께서 준비하신 파워포인트에는 영어로 쓰여진 심리학 용어 및 이론 등이 있어 영어에 약한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부담을 안겨줄 수 있지만, 학생들 스스로가 쓴 글이 나타나 금방 학생들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지난 주에 숙제로 제출한 ‘부모님과 처음 떨어진 날’ 이란 주제의 글이 교수님의 파워포인트에 그대로 나오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님과 처음 떨어진 날을 회상하며 학생들은 그 때의 부모님의 행동과 말씀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그 때의 나 스스로를,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를 분석하며 지금 내 인간관계의 상황은 어떠한지 검토하고 앞으로 맺게 될 수많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수업이 지루하다고 느끼지도 못하게 어느새 교수님은 여덟 명의 학생들을 지목하여 교단으로 부른다. 여덟 명의 학생들은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사람의 단시간 기억력을 측정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단시간에 8개 정도의 항목들을 기억해낼 수 있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첫번째 학생부터 자기 소개를 시작한다. “나는 외국어과 05학번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XXX입니다” 두번째 학생도 자기소개를 한다. “나는 외국어과 05학번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XXX 옆에 서 있는 중문과 04학번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OOO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 명 씩 자기소개를 해 나가려면 앞 사람의 자기소개를 다 기억해야하고 맨 마지막에 있는 학생은 앞의 일곱 명의 자기소개 내용을 빠짐없이 기억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에 참가한 학생들이나 자리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학생들이나 ‘막 점심식사를 마치고 듣는 수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했고 수업 분위기 역시 무르익어 갔다.

 이렇게 자기의 체험을 글로 적어보거나 수업시간에 게임 형식의 실험을 하는 것 외에, 교수님께서 준비하신 설문지에 답하기도 한다. 설문지는 출석을 부르지 않는 대신 출석 상황을 확인하는 도구로도 쓰이지만, 그보다 학생들의 인간관계 상황을 분석하는 수단으로 이 수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조그마한 참여 하나하나가 이 수업을 만들고 화기애애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Interview
Q. ‘사랑의 심리학’이란 과목을 개설하신 이유는?

A. 현재 특히 북경대학 등 명문 학교 학생들의 심리 및 정신 건강 문제, 자살 문제 등이 심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지난 해, 우리 심리학과의 한 학생이 자살한 경우가 있어요. 이러한 현상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겠지만 심리학의 각도에서 이해하자면 이는 평소 그들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 언제나 그 누구보다 우수하여 부모님과 선생님께 칭찬을 받는데에 익숙해져 있던 그들이 전국의 수재들만 모여있는 명문 대학에 진학한 후 느끼게 되는 압력과 자괴감은 어느새 그들 자신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시켜 버리지요.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삶을 포기하기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는지’ 가르치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지 못합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인간관계에 존재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돌이켜 보게 하고, 이론적으로 인간관계에서의 사랑의 필요성을 깨닫게끔 한다는 것이 제 뜻이자 이 수업의 목적이지요.


 평가방식

 수업 시간에 다함께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이해해보는 수업이기 때문에 평가에서 시험의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파워포인트나 제가 평소에 주는 자료들은 외운다기 보다는 읽어보고 이해하고 실제 상황에 응용할 수 있으면 됩니다. 학교 교무부에서 허락하는 한, 시험 방식은 开卷이고 평소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자료를 꼼꼼이 읽어두었다면 시험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본 수업을 수강하는 유학생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점은
 저 역시 일본에서 유학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학업 상의 어려움,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얼마나 큰 지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특히 유학 생활에서는 인간 관계의 범위를 작은 ‘울타리’ 안으로 한정지어서는 안됩니다. 중국에 유학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학생들은 멀리하고 한국 친구들만 찾는 것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시켜 버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겠죠. 실제로 저의 학생 중 홍콩에서 온 유학생 한 명이 중국 학생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과 홍콩 친구들과만 지내다가 결국에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퇴를 해버린 아쉬운 일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유학생을 위한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서 모든 유학생이 중국인 도우미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중국에서의 학교 생활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우선 중국 학생들과의 교류를 위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도움을 청하는 유학생 자신들의 노력이 가장 필요합니다. 


교수:李同归
오랜 시간동안 심리학 연구 및 교육에 종사. 북경대학 심리학과에서 응용심리학, 인지심리학, 공정심리학, 사회인지심리학, 심리통계 등 주요 기초 과정 학과목을 개설했었고, 국가자연과학기금연구 및 교육부인문사회과학기금연구 에 참여한 바 있으며, 그의 주요 연구 관심 영역은 시각, 지각, 기억, 인력자원 등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지원으로 일본 유학을 하는 동안, 그리움에 관한 이론을 중심으로 한 사회인지 방면의 연구에 몰두하였으며, 2004년 귀국, 사회인지 방면의 연구와 교육에 계속하여 힘을 쏟았다. 현재 주요 연구 과제는 ‘성인의 그리움의 실증성’에 관한 연구이다.

수업시간: 매주 화요일 5-6교시
수업장소: 国关C108
수강인원: 60 명
시험방식: 开卷 

 글_ 김새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