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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시사

북경대학생들이 보는 반한 감정 시리즈(1)

反韩情绪(반한정서). 즉, 반한감정.
올해 들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단어이다. 특히 올림픽을 전후로 이웃나라 중국에서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이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얼마 전 원자바오 주석과 이명박이 만나 한중관계를 전면적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는 자리에서 반한감정의 해결책을 논의할 만큼 반한감정은 양국의 관계발전에 있어 또 한번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큰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반한감정의 실체는 무엇일까? 익명성이 보장됨으로 인해 많은 과장과 근거없는 비방이 난무한 온라인 사회에서 보여지는 반한감정은 모든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을 얼마만큼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평소에 이런 궁금증을 안고 있던 나에게 이것에 대해 깊이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바로 ‘국제정치개론’ 수업시간에 小组讨论(소그룹토론)으로 이 문제를 연구하는 과제를 하게 된 것이다. 국제관계학과에 재학 중인 나는 ‘국제정치개론’ 수업시간에 중국인 친구들과 ‘以近年来中国网民中的“反韩”或“烦韩”情绪为例,评述民族主义的历史、文化观对中韩政治关系的影响’ 라는 주제로 발표준비를 하게 되었다.

주제를 해석해보자면 ‘근 몇 년 동안 중국 네티즌들의 “反韩(반한)’‘烦韩(한국을 꺼려하는 감정)’정서를 예로 들어, 민족주의의 역사와 문화관이 중한정치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론, 서술해라’이다. 중국인 친구들 10명과 한국인(필자포함) 3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6조는 처음 이 주제를 받아 봤을 때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인 친구들과 한국인 친구들 모두 “这个问题太敏感了!(이 문제는 너무 민감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지 조금은 막막했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는 부분이나 여러 크고 작은 마찰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건 우리 모두 예상했던 사실이지만, 난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반한감정’, 현재 한중관계를 저해하는 큰 요소로써 지금 이 시기에 잘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민간부분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부분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위험한 지뢰와도 같기 때문에 현재 서로의 목소리를 잘 듣고 반성을 거쳐 개선해나가는 것이 정말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중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으로서, 하나의 민간외교관이 되어 비록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지라도 한중 양국의 일부 네티즌들을 통해 잘못된 시각으로 인한 그릇된 정보들과 오해들을 해결하고 실상을 알아감으로 인해 적어도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친구들의 반한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국제정치개론 수업시간의 조별과제 해결의 과정을 통해 본 ‘북경대학교 학생들의 반한감정에 대한 생각’을 서술해 보려 한다. 내 작은 바람으로는 이 글이 반한감정을 해결하는데 있어 적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먼저,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여러 번의 토론 끝에, 다음과 같이 하기로 했다. (발표자료인 PPT 자료도 조원들의 허락 하에 함께 첨부했다.)

(사진1)
위의 PPT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문제를 3부분으로 나눴다. 인터넷 상에서의 반한감정을 양국의 민족주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그것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양국의 민족주의에 대해 연구하고, 인터넷과 민족주의의 특징을 연결시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이론을 참고하여 본 주제로 돌아가, 민족주의 역사, 문화관이 한중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보았다.

연구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자.

•민족주의 개념 연구

민족주의 의미, 개념 해설 (사진2)
정치민족주의, 경제민족주의, 문화민족주의 비교(사진3)
역사관(사회역사관), 문화관(문화의식)으로 본 민족주의(사진4)

역사상으로 본 양국의 민족주의
한,중 양국의 민족주의 발전과정의 같은 점과 다른 점(사진5)
 →  중국과 한국 민족주의를 연구하며 느꼈던 것은 한국과 중국의 민족주의 발전과정이 비교적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외세에 침략 당한 적이 많아 민족에 대한 한의 의식이 강해 민족자립정신이 길러졌다는데 공통점을 두고 있다.

  또, 토론을 하던 중 중국친구들이 “한국의 민족주의는 어때?” 라고 많은 질문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에는 민족주의가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을 봤을 때 꼭 그렇지 않았다. 중국 친구들은 중국에는 ‘민족주의’가, 한국에는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감정이 팽배해 있다고 생각했다.

 ‘민족주의’와 ‘애국심’, 그것은 어떤 차이일까? 우리 한국인들은 알게 모르게 ‘애국심’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행동들을 합리화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방법은 ‘애국심’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면서 주변 국가 국민들을 존중하고 편견과 오해 없는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조금 더 세계화 시대에 알맞은 민주국가 시민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인터넷 상에서 민족주의의 표출

(사진6,7,8,9)
→이 사진들은 중국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반한감정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이 부분을 조사하면서 정말 얼마나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는지 모른다. 우리 한국인들이 이것들은 모두 잘못된 자료라고 설명해주기 전에는 중국인 친구들 모두 이것들이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 정말 우리도 처음 듣는 한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이 너무나 많았다. 첫 번째 사진은 한국에서 본 적이 없는 이상한 지도를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장한다고 믿고 있는 지도이다. 두 번째 사진은 한국인들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국기를 태우며 중국대사를 비방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런 극단적인 행위들이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을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세 번째 사진은 지난번 아시아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시상식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쓰여진 종이를 든 일을 풍자해 만든 그림이다.

화성을 배경으로 한 그림에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쓴 부분에 ‘화성은 우리 땅’ 이라고 고쳐 썼고, 뒤에는 ‘SB棒子’(SB는 SBS를 말하고, 빵쯔는 한국인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를 든 외계인이 서있다. 물론 선수들이 한 행동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현재 백두산이나 간도지방의 영토분쟁문제가 민감한데, 확실한 공통된 의견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국제적 무대 위에 올라 감정을 앞세운 세레머니를 하는 것은 한번 더 신중했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우리가 중국의 쓰촨성 지진 때 인터넷에 올렸던 댓글이다.  한중 양국의 교류 증대로 인해 유학생이 많아지면서 중국에는 한국어를 번역해 올린 많은 자료들이 있다. 중국인 친구가 찾은 이 댓글을 보면서 사실 나는 할말이 없었다. 쓰린 마음을 감추고 입을 다물 수 밖에. 미안하다는 말만 자꾸 입에 맴돌았다. 댓글을 보고서 한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봤다. 만약 우리나라가 지진이 일어났는데 다른 국가의 사람들이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을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 까?  

중국친구들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궁금해 하던 실상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많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동북공정, 백두산 문제 등의 역사적 문제가 있고, 또 중국인 친구들은 한미의 우호적 관계가 중국을 배척하려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단오절 유네스코 등록 문제, 한국인들의 티벳 독립 지지문제, 또 우리 나라 사람이 공자와 쑨원을 한국인이라고 주장했다는 오해. SBS사건과 쓰촨성 지진에 대한 댓글은 아마 반한감정에 석유를 붓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To Be Continued...

글_ 박은지
PKU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