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KU/칼럼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논술고사

World is our classroom ——20대여, 이젠 생각을 키우자

깊이 있는 지식과 교양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는 21C 글로벌 인재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학문과 글쓰기 능력의 원천은 문학적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 또 외부에서 감각을 통해 얻어진 사실을 사고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 또한 자연스레 글 쓰는 능력과 연계된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글 쓰는 능력은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할 능력이며, 그런 점에서 비추어 볼 때, 글쓰기는 우리의 생활이자 호흡이다.

글 쓰는 능력은 논술고사에 반영되고, 논술고사는 지식의 요람기 문턱을 넘는 중요한 첫 관문, 우리의 수학능력시험(수능)에 집결된다. 또 논술은 대단한 ‘인문적 내공’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터이며, 논의 방향을 설정하고, 읽은 책을 인용하며,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기만의 경험을 끌어들이는 과정, 즉 참신한 논증 구성과 논리적인 절차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답안을 작성하기 어려울 것 이다.

하지만 독창적인 답변을 존중하기 보다는 정해진 답안으로 채점 기준을 삼는 우리의 교육에 대해 많은 점을 생각을 하게하고, 그러기에 우리의 입시를 새롭게 조명해 볼 필요성이 그 당위성을 점점 커지게 한다. 오죽하면 원로문학평론가 이어령 교수님께서도 “50년간 글 쓴 나도 서울대 논술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고 말하셨겠는가.

이 점에서 외국의 논술고사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논술고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의 대학입학시험으로 그 중에서도 철학 시험이 가장 비중이 높을 뿐더러 그 문제는 그 자체만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언론에서는 올해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 속보 형식으로 보도한다고 전해진다. 또 시험이 끝나는 저녁 무렵부터는 방송사, 언론사, 사회단체들이 정치와 문화 그리고 언론계 유명인사와 일반 시민을 모아놓고 시험 문제에 대한 다양한 토론회를 열고 모의고사까지 치른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는 프랑스 온 국민의 관심사이자, 또 하나의 국경일 ‘생각하는 날’이 되는 것이다. 매년 6월에 치러지는 이 시험은 질문 자체의 뜻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물음으로 긴 제시문과 복잡한 지시사항을 통해 문제를 비비 꼬아놓음으로써 독창적 답변을 어렵게 하는 우리의 논술고사와 사뭇 대조된다.

바칼로레아의 논제는 툭 던지는 한마디가 문제의 전부다. 예를 들면,  “진실에 저항할 수 있는가”, “예술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행복은 단지 한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인가”, “철학이 세상을 바꾸는가”, “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타인을 존경한다는 것은 일체의 열정을 배제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정열은 우리의 의무 이행을 방해하는가” 등이다. 이처럼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자아와 세상을 향한 깊이 있는 사색 없이는 결코 열리지 않는 힘든 물음들이 쏟아진다. 또 그런 물음들은 그대로 학생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반영하며, 교양의 수준을 간접적으로 가늠케 하는 ‘인문학적 텍스트’로도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사실 글쓰기의 기초는 토론 문화이고, 토론에는 지적인 체계와 광범위한 교양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또 토론 과정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사고의 유연성을 강화하며,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바로 바른 글쓰기의 지름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미덕이란 사고하는 것이므로 행복한 삶은 인간이 일차적 욕구에서 벗어나 지적 활동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깊이 있는 사고와 바른 글쓰기, 지식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아름다운 첩경이며, 이것이 배움의 진정한 소명이 아닐까?

글_ 문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