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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칼럼

북경대를 방문한 법무부 이석연 처장님 인터뷰




  
지난 2008년 겨울 북경대에선 한국 법무부 이석연 처장님의 강연이 있었다. 이번 강연은 이 처장님의 특별한 요청으로 준비 된 것으로 북경대학교 법학과 학생들에게 1시간 여동안 현재 한국의 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 하였다.이번 강연은 중국에 있는 법학도들에게는 한국 법제부의 현실을 알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 이번에 북경대를 방문하게 된 계기를 알고 싶습니다.

  
   법제처는
2004년부터 해마다 중국 국무원 법제판공실과 교차방문 형식으로 기관장급 정례회담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법제판공실 조강태 주임(장관)의 초청으로 법제처장 일행이 중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법제판공실 뿐 아니라 북경대학교 법학원, 전국인민대표대회 법제공작위원회 등 법제 관련 주요 기관을 두루 방문하여 법제교류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 직접적인 방문 동기입니다..

  또한, 내 자신이 헌법전문가이자 중국의 역사와 문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애호가로서, 평소 중국의 젊은 대학생이나 교수들을 만나 중국의 헌법과 역사, 그리고 양국간 법제 현안에 대하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길 희망해왔습니다.  이번 북경대학교 방문은 그러한 내 개인적인 희망도 반영된 것입니다.

 

2. 경대의 한국 학생들을 보시고 난 후의 느낌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북경대학교에서 이처럼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도 자랑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지금 고환율과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유학 환경이 예전 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 사실인데도, 모두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매우 든든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들과 만남은 30여년전 치열했던 저의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저의 대학시절에는 국가적으로는 빈곤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해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과제였고, 사회적으로도 매우 암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젊은 법학도가 외국 유학은 물론이고, 희망을 갖고 미래를 꿈꾸기란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주변에는 고민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친구와 훌륭한 스승이 있었고, 책임감을 가지고 학문에 대한 열정을 키워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좋은 책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이러한 것들을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어 그 의미를 소홀히 생각하기 쉬운 것들이지만, 당시에는 나를 일탈이나 방황으로부터 중심을 잡아주고 생각이 늘 미래로 향해 있도록 해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힘든 유학생활이지만, 여러분들도 스스로 그러한 기회와 자극을 끊임없이 만들어 큰 학문적 진보와 성취를 반드시 이루어 내길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유학하고 있는 중국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와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포괄적이고 깊은 영향을 주고 받아온 나라입니다.  특히, 지난 30년간 중국이 보여준 변화와 잠재력에 비춰보면, 앞으로 한반도의 번영과 통일의 문제는 중국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 만큼, 이곳에서 땀 흘려 갈고 닦은 여러분의 능력이 한국과 중국의 미래를 위해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의 한사람으로서 여러분과 같이 유능한 인재들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립니다.

 


3
. 한국의 법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얘기 하셨는데, 그 이유와 이번 강연내용을 요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 다음과 같은 제목 및 내용(요약)으로 강의안을 준비했으나 그날 실제 강연은 내용의 일부를 포함한 한국 법치주의의 현황과 과제를 대략적으로 짚어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선진법제 확립을 위한 국민불편법령 개폐 현황과 방향”

 

< 1 >

         내가 가장 존경하는 중국 前漢시대의 사마천은 궁형이라는 죽음보다 더한 치욕의 형벌을 극복하면서 인류역사상 최고의 정신사적 업적인 ?사기?를 저술하였다. 사마천의 사기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그 과정에서 변화를 읽어 내는 通變사상이 그 핵심이다. 이러한 사마천의 핵심정신이야 말로 현재와 같은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우리 모두 아니 한중정책 당국자 모두가 다시 음미하여 지침으로 삼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한편, 고전인 한비자(韓非子), “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自强 則國强 奉法自弱 則國弱”이라는 말이 있다. 법가의 부국강병사상으로 통일제국 진()의 기초가 된 사상이다.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드는 것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는 뜻이다. 좋은 법이 만들어지고 그 법을 잘 지키는 나라일수록 살기 좋은 나라, 강한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신뢰와 예측가능성 없이 성공할 수 없고 그 밑받침이 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질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의 준수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더불어 제119조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자본주의에 입각한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그 기본원리로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제에 관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경제질서의 기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외적이고 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 경제는 지금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대외적인 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찾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불합리하고 낡은 법령만 일소해도 국민과 기업에게 GDP 1%에 해당하는 비용부담을 덜어준다는 연구 결과를 굳이 원용하지 않더라도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법과 제도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한국 법체계의 선진화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법제(法制)가 민간에 부담을 주거나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꺾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불합리한 규제 법령이 민간 부문에 부담을 주고 과도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을 과감히 시정해야 한다. 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시장 경제질서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한국 법령 전체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 2 >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개혁 등 종합적인 법령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며, 그 결과 지금도 많은 국민과 기업이 어려운 경제 상황 하에서 낡고 불합리한 법령 때문에 불편을 겪고 불필요한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령과 같은 일반적?추상적 규범들은 그 영향이 매우 광범위한 것인데, 적어도 도입 당시에는 여러 사람의 이익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규제의 방향과 정도가 나쁜 쪽으로 위력을 발휘하면서 오히려 국민과 기업에 불편과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그동안 법령개선 작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종합적인 추진 노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개선 의견에 대해 추진 여부 자체가 사실상 개폐대상 법령에 의해서 그 권한을 행사하는 소관 부처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관 부처의 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 피규제자 입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규제 준수비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때로는 냄비 여론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독일 등 서구 선진국과 같은 종합적인 입법평가 체계를 갖추지 못한 한국의 현 실정에 맞게 법제 관련 전문 능력과 중립성?독립성을 갖춘 법제처가 나서서 그런 사례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고쳐 나가겠다.

         먼저, 일반 국민이나 기업 등 법령 수요자가 실제 현장에서 불편을 느끼고 있는 사항을 중심으로 개선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3월 법제처에 ‘국민불편법령 개폐센터’를 개설했다. 또한, 5월에는 각계의 폭넓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입법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켜 각 부처에서 소극적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사항을 중심으로 활기차고 현실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령인 「법제업무운영규정」에 따라 법제처가 ‘정부의 법제업무를 전문적으로 관장’하도록 한 취지에 맞게 국민과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주는 법령에 대한 정비기준을 마련하여 소관부처에 통보하고, 정비를 추진?관리해 나간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법제 관련 총괄?조정?지원 기관으로서 개선 사항과 관련된 법령의 일괄 개정을 통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법령개폐 추진체계를 구축한 후 모든 법령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해왔으며, 특히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기업 및 영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사항으로서 파급효과와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우선 개폐대상과제로 선정하였다.

         우선, 국민불편법령개폐센터가 문을 연 이후에 접수된 2,000여건의 개선의견을 검토하여 우선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 114(개폐 효과를 고려한 관련 법령 160여건)의 개폐대상 과제를 선정하여 3차례(513, 722일 및 122)에 걸쳐 국무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특히, 3차 보고에는 최근의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서민들의 경제활동에 관련된 조세 경감, 행정비용 감면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와 별도로 724일에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법령 환경 조성을 위해, 영업 정지?취소나 과징금과 같이 법령마다 있는 모든 행정제재 규정의 종합적인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서 대통령 주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하고 400여건의 법령을 법제처 주도로 하여 각 부처와 함께 연말까지 정비하기로 했다.

 

< 3 >

        정부의 모든 행정과 정책에 적법절차와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민의 기본권 보장 등의 헌법적 가치가 구현되도록 함으로써, 무엇보다도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것이 법제업무 수행의 중요한 방향이다.

        이를 위해 모든 법령을 일단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우선 폐지나 규정 삭제를 먼저 검토해 보고, 존치하는 경우에도 헌법상 비례 원칙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보충적으로 규정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헌법 제119조의 경제질서 기본이념에서 정한대로 예외적으로만 규제와 조정을 하면서 시장경제적 법치주의를 채택한 헌법의 취지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 만큼만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할 것이다.

       국민과 기업에 대한 불신과 행정적 편의를 전제로 한 사전적 규제 방식인 인?허가 제도를 과감하게 개폐하여 가급적 자유롭게 영업이나 사업을 하고 사후적으로 문제되는 사항만을 금지?규제하는 네가티브(negative) 규정 방식으로 과감하게 바꾸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국민을 도와준다면서 법률을 끌어들이려는 법률만능주의나 행정만능주의 풍토도 바로 잡아 나가도록 하겠다.

        규제 개선의 수치적 실적이 아니라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게 느끼는 것과 기업?영업 활동의 현장에서 불편이나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중 파급효과가 크고 체감도가 큰 것부터 하나씩 찾아내어 국민과 기업의 입장에서 확실히 고쳐 나가겠다.

        이를 위해 국민 생활의 현장이나 기업 또는 영업 현장에 대한 직접 방문?인터뷰 등을 통해 중점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하나하나 발굴하고 관련 의견을 능동적으로 수렴해 나가는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강조하는 실용과 효율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질서, 시장경제적 법치주의 등 헌법적 가치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현재 그런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용과 효율이 바로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국가비전인 ‘선진 일류국가’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변호사단체의 권력화를 경계하던 분이 권력의 중심으로 진출하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비판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에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제가 주장한 것은 변호사단체의 권력화가 아니라 ‘시민운동’의 권력화?관료화를 경계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2001년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을 그만둔 이유도 시민운동의 권력화?관료화를 막고 활성화시키겠다는 뜻에서 더 이상 연임을 않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시민운동 사례 중에서 제가 연임을 안 한 첫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시 시민운동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참여연대 사무총장인 박원순 변호사, 그리고 환경운동연합의 최열씨와도 논쟁을 했습니다.  시민운동이 너무 권력화 되었고 무조건 옳다는 환상에 사로잡혔는데, 이래선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논쟁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시민운동도 헌법적 가치, 즉 자유시장경제와 적법절차를 핵심으로 하는 법치주의, 기본권 존중의 원리가 적용되는 테두리 내에서 해야지, 시민운동 스스로가 자기목적적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소신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처장님은 북경대 학생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석연 처장님과 북경대 한국 학생들이 인연이 학생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앞으로 이석연 처장님이 앞장 설 한국 법제 개혁을 기대 해 본다. 

 

                                                                                         편집부 김용환

                                                                                           사진   강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