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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U/칼럼

내가 생각한 유학이 좋은 이유 4가지

 내가 유학을 온 계기는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유학에 대한 동경심이 발단이었다. 고3때 줄곧 <공부 9단 오기 10단>,<나나, 너나 할 수 있다>,<7막 7장>등 한국인의 무수한 유학 성공기를 읽으며 설래는 마음으로 밤을 지샌 적이 있다. 그러던 중 중국과 인도가 급부상하고, 나중엔 세계를 제폐한다는 여러 저명한 학자들의 예견은 나를 이리로 이끌었다.

1. 모험심을 키운다.
 어렸을 적부터 내가 자주 꿨던 꿈이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나는 소수 정예의 강력한 동료들과 함께 적으로부터 동굴 속으로 몸을 피하고, 숲 속을 헤치며 다녔다. 그만큼 나는 모험을 갈망해왔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에 가입(오케스트라 동아리, 전통무용동아리, 경제학술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고양이 밥주는 동아리, 자전거만 타는 동아리 등 북경대 안의 동아리는 정말 없는 것 빼고 다있다.)하고 활동하는 모험이 있다. 중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친구에게 어눌한 발음으로 다가가 안녕?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모험이다. 내가 모르는 곳에 가서 쇼핑을 하거나 밥을 먹고, 집에서 먹을 과일을 사며 흥정을 하는 것도 모험이다. 일상생활 자체가 자신이 선택한대로 더 많은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외국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 와서 서양 이성 친구를 사귀는 선배들도 봤는데, 이보다 큰 모험이 있으랴! 국경도 뛰어넘고 언어도 뛰어넘고 뛰어넘을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니! 영화 속에서만 봤던 모험이 외국에서는 현실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2. 자립심을 키운다.
 유학을 와서는 한국에서는 꿈도 못 꿀 일들이 펼쳐진다. 올 초가을(2008년 9월 4일), 나는 중국에 맨 처음 오자마자 한 일이 “집구하기”였다. 기숙사 상황이 여의치 않자, 나는 외주를 해야 했고, 북경대 동문, 서문, 남문 그야말로 북대를 둘러싼 모든 문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건 좋은 집을 찾기 위해 2주를 넘게 발로 뛰었다. 한달 방세, 학교로부터의 거리, 안전성, 위생성 등 이 모든 것을 따지는 일이란 참 힘든 일이었다. 중국인과 함께 살 생각도 해보았고, 룸메를 구하려고 아는 사람을 통해 여기저기 수소문해보기도 하였다. 조건이 비교적 괜찮은 곳을 골라 집 계약을 하였고, 나는 집 계약을 하는 일을 통해서 ‘산 경제’를 체험하였다.
 집을 구하고 나서는 파출소에 가서 등기를 해야 했고, 신입학 신청을 하기위해 입학금을 내고 이외에도 교양과목을 신청하는 등 이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대신 해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유학을 오자마자 가장 먼저 생각이 든 것이 ‘자기 중심‘에 관한 것이었다. 북경대에 유학하는 가장 많은 외국인이 한국인이다. 한국인 유학생회에서 나오는 정보들, 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강연과 공연들, 수많은 동아리 정보들 속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택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누리기엔 시간이 한정되어있으니, 선택을 잘 해야 하는 것이다. “무슨 동아리가 좋더라, 무슨 강연이 좋더라”등등, “무엇무엇이 좋더라.“라는 말들을 자주 들을 수 있는 데, 이런 모든 말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자신의 일정한 목표와 신념이 있어야 한다. 좋다는 것을 모두다 할 순 없고, 해도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방향성이 흔들릴 수 있다. 자기 중심을 잘 세워야 수많은 정보 속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목표에 확신있게 한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
 
3. 돈을 들이지 않고도 그 나라의 언어를 가장 쉬운 방법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내가 다니는 중문과는 유학생들만 모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중국인 친구를 사귀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보이는 게 중국인이고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 있는 게 중국인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부족한 회화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대개 북경대에 있는 중국인 친구들은 나를 위해 말을 한 번 더 해주거나, 쉬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어려운 단어는 설명해주는 인내심과 친절함의 소유자이다. 회화실력 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중국어 작문을 들고 가서 좀 고쳐달라고 하는 센스도 발휘할 수 있다.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서 자기 나라 언어를 배우려는 열성적인 귀여운 외국인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유학을 오면, 한국인 친구와 마찬가지로 국경을 넘어선 우정을 나누면서 동시에 그 나라의 언어를 쉬운 방법으로 배울 수 있다.그 밖에도 수업시간에는 듣기 실력을 높이고, 보고서를 쓸 때는 독해실력을 높일 수 있다.

4.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내가 북경대에 와서 느낀 것이 등교하면서 깔려있는 게 외국인이라는 것이었다. 러시아인, 미국인, 캐나다인, 카자흐스탄인, 아프리카인, 태국인 등등 정말 각 나라에서 유학을 오는 것이다.내가 한국에서 경희대를 다닐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외국인을 본 적이 없다. 다만 경희대에는 중국인들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서양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이란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들은 우리 한국 유학생들처럼 학교 식당에서 중국 만두를 먹고 죽을 먹는다. 만약 기숙사에 산다면 오고가며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진다. 이밖에 동아리를 통해서라든지 학교내의 도처에서 북경대로 유학 온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원한다면 학술교류 또한 가능하다. 그냥 친구가 되는 것도 좋지만, 학술교류를 한다면 이를 통해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고 나아가 자신의 관점에 객관성을 부여하고 논리성을 갖추는 데 굉장한 장점을 갖춘 것이 유학이다.

 이 외에도 유학의 장점은 무수히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일과를 마칠 때까지 무수히 느끼는 세밀한 감정들은 모두 내가 유학을 오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이다. 예상치 못하게 만난 다양한 좋은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감정도 느껴봤고, 유학을 오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동료애, 즉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모두가 같은 처지이기에 서로가 행복하길 바라는 곳이 외국이다. 선배든, 동료든 지나가는 한국 유학생들 중에 아는 사람이라면 꼭 따듯하게 인사를 건네는 곳이 외국이다. 꼭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중국 친구들 입장에서 본 유학생들은 나 같은 경우-혼자 유학을 왔기에-더욱 애뜻한 눈빛으로 “밥은 먹었냐”며 걱정해주는 곳이 외국이다. 북경대로 잠시 교환학생으로 연수 온 한국의 유명 대학생 언니, 오빠들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학점을 따기 위해 서로 눈에 불을 켜고 대하고 수업이 마치기가 무섭게 각기 제 갈 길을 가버리기 때문에 같은 학과라도 친해지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한 출석체크를 하는 날, 텅 빈 좌석이 많으면 다른 사람의 학점이 깍이니 서로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외국으로 유학을 온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유학이 좋은 이유라야 쓸라면 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좋은 것은 항상 도전거리가 내 주위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 도전거리들을 통해 나는 매일 모험심과 자립심을 키운다.

글_ 김나연
PKU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