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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라이프

중국의 신동 작가, 샨사 作 < 여황, 측천무후>

< 여황, 측천무후> 저자 - 샨사

가장 중국적인 소재와 정서를 프랑스어로 정련하여 보편화시키고, 인간 심층의 욕망을 시적 표현으로 투명하게 드러내며 세계문학을 이끌어 갈 젊은 작가로 떠오른 중국 여성. ‘파리의 태양'이란 프랑스 문단의 격찬을 받으며 주목 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샨사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서예, 그림, 시에서도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자존심 강한 프랑스 예술계를 열광시켰다.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8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9세에 첫 시집을 출간, 중국의 예술 신동으로 성장한 그녀는 1989년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베이징의 별'로 선정되었다.

탐미적인 중국적 언어와 시적 표현이 아주 빼어난 작품인 그녀의 네 번째 장편 소설  『측천무후』는 프랑스 2003년 시즌 최대 성공작이며, 치마를 입은 마키아벨리 측천무후가 광활한 중국 제국을 넘나들며 펼치는 한편의 대서사시다. 샨사는 아무 글도 새겨져 있지 않은 측천무후의 비석을 보며, 여성의 입장에서 쓰여진 그녀의 일대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표독스런 여성의 상징으로 알려진 측천무후는, 이제 샨사의 붓 끝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측천무후의 자궁 속 이야기에서부터 죽은 후의 이야기까지, 역사소설의 외양을 바탕으로 한 여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나는 이전에 그 어떤 소설에서도 이렇게 강렬하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시로 적은 것을 읽은 적이 없었다. 프랑스인들이 왜 그녀의 소설을 읽고 문체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에 도취해 찬사를 보내는지 알 것 같았다. 불현듯 측전무후가 샨샤의 몸 속에 살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녀 자신이 전생에 측전무후가 아니었을까...

실록은 그녀가 황후 자리 찬탈을 위해 고조의 황후 왕씨에게 자신의 딸을 교살한 죄를 뒤집어 씌웠다고 전하고, 역사가들은 그녀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큰아들 홍을 독살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녀의 실제 모습은 어떠했을까. 평민 출신으로 쿠데타에 참여, 신흥귀족으로 부상한 무사확의 둘째 딸 무조武照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락의 길을 걷다 정5품 재인으로 천거받아 황궁으로 향한다. 빼어난 미모도 연줄도 없지만 시와 문을 사랑하고 지적인 무조는 후에 황제가 되는 치노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권력에 다가서려는 무리들의 시기와 암투 속에 추락과 부상을 거듭하다 마침내 무조는 황후의 자리에 오른다. 강단과 지략으로 정적들을 제거하고 심성이 여리고 경박한 황제를 대신해 천하를 경영하며 제국의 기틀을 닦아나가는 무조.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된 측천무후는 고독만이 자신의 충실한 친구라고 말한다.

"시간은 죽고, 시간은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돌아올 기약 없는 여행이다"


측전무후는 평생 이와 같은 시간을 살았으리라. 그 끝없는 시간을 그녀는 그녀의 제국번영을 위해서 고민했고 결정했으며 끊임없이 황위찬탈을 시도하는 자들을 물리쳤다. 오직 그녀만이 이 제국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샨사는 측전무후의 입으로 모든 것을 말했고 때론 그냥 흘려 보내기도 했다. 샨사의 장엄한 문체로 묘사되어 우리에게 알려지는 이 여자...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여황제 측천무후.

샨사는 어떻게 그 수 많은  말들을 쏟아내었는지 읽는 내내 감탄케 한다. 때로는 별빛처럼 청아하게 흐르고, 때로는 숨조차 가빠지는 비장한 문체들… 읽다가 읽다가 지쳐서 쓰러질지도 모르는 툭툭 던져내는 의미심장한 말들.. 간결하되 때로 비장한 문체로 추락과 부상, 절망과 희망, 야망과 환멸, 절대자의 고독, 노쇠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초월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과 지상의 삶에 대한 집착 등, 측천무후의 내면을 치열하게 그려낸 멋진 소설이다. <여황, 측천무후> 는 무엇보다도 샨사의 아름답고 단단한 문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글_ 홍이슬
PKU 고정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