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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라이프

리우샹, 그는 영웅이 아니다

리우샹, 영웅이라 불리던 그에게 부딪힌 잔혹한 현실

역대 최대 규모의 베이징 올림픽이 막이 내린 지도 어느덧 3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방송에 출현시키고 있으며 금메달리스트들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소외된 스타가 하나 있으니….

바로 아시아 최고의 육상 스타 ‘리우샹’ 이다.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아시아 선수들은 항상 아프리카 또는 미국계 선수들에게 밀려 메달 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 선수 리우샹이 당당히 허들 금메달을 따내면서 리우샹은 아시아 최고의 육상 스타가 되었다. 그 후로 중국인들을 리우샹을 영웅처럼 여겼고 중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리우샹이 출현한 광고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올림픽이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리우샹의 2연패는 베이징 올림픽 최고의 관심사였다.

올림픽 주 경기장에 리우샹이 나타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인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장내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잠시 후, 박수와 환호를 보내던 관중들은 멍한 시선으로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리우샹은 스스로 번호판을 떼고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기권을 선언한 것이다. 리우샹의 기권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화권 언론과 외신들은 일제히 충격에 휩싸인 중국 내 분위기를 타전했다. 허탈감과 충격에 빠진 중국 네티즌들은 기권 소식 직후 격한 어조로 “ 13억 중국인의 꿈을 저버린 배신자.” , “ 금메달을 못 딸 것 같아 부린 쇼맨쉽이다” 등등 각종 비판과 욕이 난무했다. 중국 언론은 리우샹이 부상과 함께 큰 심적 부담으로 인해 기권한 것으로 전했다.

누구든지 영웅이라는 대본이 주어지면 그 배역을 연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인격이고 깨달음이고 도인 것이다. 그러나 리우샹에게 주어진 대본은 가혹한 것이었다. 리우샹은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영웅을 연기하도록 강요 받았다. 그래서 그는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영웅의 삶 따위는 없다.
어떤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에 올바른 결단 할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 결단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리우샹의 등 번호 1356. 그의 등에는 13억 인민과 56개의 민족의 기대와 희망이 얹혀져 있었다. 그리고 리우샹은 그 기대와 희망을 한 순간에 져버렸다.

스포츠는 때로 승자 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증명 해준다. 비록 패했지만 아름다운 승자가 있다. 리우샹, 그에 반해 우리나라 역도의 이배영 선수, 그가 보여준 투혼은 진정한 승자의 투혼이었고, 그는 진정한 스포츠맨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온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업고 출전한 이배영 선수는 경기 도중 갑자기 쥐가 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를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희망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13억 인구의 승리, 영예, 자부심이 단 하나의 사람에 의지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안타깝다. 여전히 리우샹 선수의 기권에 대한 루머와 억측들이 있지만, 리우샹 선수가 부디 모든걸 이겨내고 다시 한번 트랙에서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존심을 회복 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글_ 박진영
PKU 고정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