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봄> 책이 말해주는 이야기 -도서리뷰

 

‘삶은 스스로 완벽하다는 것을. 어떤 흐트러진 무늬일지라도무늬일지라도 한 사람의 생이 그려낸 것은 저리게 아름답다는 것을. 살아 있다는 것은것은 제 스스로 빛을 내는 경이로움이라는 것을.’

-「성스러운 봄」봄」

인간은 물질로써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인간의 마음의 무늬는 물질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다. 육체라는 물질 안에 갇혀서갇혀서 마음은 끝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러니까 이 세계는 물질들의 세계임에세계임에 동시에 마음들의 세계인 셈이다.
지구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물질들의 세계이면서 동시에동시에 마음들의 세계를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작품집 속 인물들이 경제 활동의 주체로 그려지는 이유가 여기여기 있다. 물질의 세계를 살아내기 위해 인간은 자본을 축적하고 소비해야만 하는 것이다.것이다. 「나랏빛 사진의 추억」의 ‘나’는 엑스레이 촬영 기사로써, 「호텔 유로, 1203」의 ‘나’는‘나’는 라디오 방송 작가로써,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유선’은 도서관 사서로써, 「성스러운 봄」의봄」의 ‘나’는 보험외판원으로써, 「비소 여인」의 ‘나’는 개미퇴치 용역업체의 사장으로써, 「달은 스스로 빛나지빛나지 않는다」의 ‘나’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동화 각색 작가로써 소설 속에 등장해야만 하는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각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밑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의 직업은 그들에게 영혼을 고양시키는-마음의 세계를 동시에 살살 수 있는- 밑바탕은 되지 못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직업에 대해 대부분대부분 ‘영혼의 좌천’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엑스레이 촬영 기사 이전에이전에 사진을 찍던 ‘나’나, 방송 작가이면서 동시에 ‘시의 주변’이라는 모임에 나가는 ‘나’‘나’ 등은 물질의 세계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지자 직업을 택한 셈이다.셈이다. 이 직업은 ‘영혼의 성숙’을 가져다주던 꿈에 비해 하잘 것 없이 느껴지지만느껴지지만 이들은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이 직업을 삶의 동반으로 삼는다.

쉬운 말로 하자면, 문제는 ‘돈’인 셈이다.
사실 현실에서 가장 문제시되기문제시되기 쉬운 문제는, 돈이니, 정미경의 소설은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싸움은싸움은 돈 때문에 유발되고, 살인 등의 각종 범죄도 돈 때문에 저질러지기 일쑤인일쑤인 것처럼. 그러나 정미경의 소설을 읽으며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갖기는 쉽지 않다. 이는,이는, 그녀의 문장에서 기인한다. 그녀의 문장은 물질의 세계가 아니라 마음의 세계를 다루기다루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마음들의 사투,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다양한 그림들. 인간이라는 물질은물질은 결코 빛을 내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마음을 통해 스스로 타올라타올라 항성이 되어 빛을 내기도 한다. 존재의 환희는 여기에 있다.

 
‘누군가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엔 보지 못하는 것이 거기 있었다.’
절정의 순간에 있을 때는 결코 자신이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결코결코 반추하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 것처럼. ‘인생을 일천 번이라도번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그 절정 속에서는 과거를 회상하지도 미래를 그리지도 않는다. 그러나그러나 음악이 그러하듯, 생은 절정 다음 하강을 예비한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야 내가내가 어떤 음악이 들려오는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고 깨닫는 것이다.

작품집 속 주인공들은 절정에서 미끄러지는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그들은 자신의 생이생이 늘 마음의 환희가 들려오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빛을 낼 수 있는, 지점에지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친 인물들인 것이다. 이 깨달음은 앞에서 말했듯, 꿈만꿈만 먹고 살아갈 수 없는 물질적인 세계의 현실을 통해서, 사랑의 상실이라는 마음의마음의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된다. 영영 몰랐으면 좋겠는, 이 깨달음이 생을 관통하는관통하는 순간, 영혼은 천상에서 지상으로 추락한다. 추락에 고통이 함께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이치이다.

‘말해질 수 있는 건 고통이 아닙니다.’
라고 정미경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 작품집에서 끊임없이, 추락하는, 혹은 추락한 영혼이 겪는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고통임을 인식하건 인식하지 않건 간에, 그들은 영혼의 좌천을 경험하고 물질의 세계에 안주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므로 긴 고통의 이면에는 부끄럽다는 느낌이 포함된다. 지상의 삶에 무능한 인간이라는.’인간이라는.’

-「성스러운 봄」

 

열등감은열등감은 존재를 쪼그라들게 만든다. 그런데 고통은 늘 부끄러움을 동반한다니, 영혼의 좌천에 대한대한 죄값을 부끄러움으로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빛을 발하지발하지 않는 존재인 자신에 대한 한없는 부끄러움. 더욱 쪼그라드는, ‘나’. 삶은 누추하기누추하기 이를 데 없고 ‘나’는 수수깡 같아지고 마는 것이다.

「호텔「호텔 유로, 1203」의 쪼그라드는 ‘나’는 ‘항성처럼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물질을 탐한다.탐한다.
'물질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은 이토록 즉각적이면서도 강렬하다.‘
그녀는그녀는 어떤 뜨거움을 원하지만, 이미 그녀의 타락한 영혼에 찾아들지 않는 뜨거움을 그녀는그녀는 물질적으로 충족하려 한다.

‘갈망과 특별함에 대한 집착과집착과 사물에 대한 욕정도 뜨거울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집착이나 욕정보다 더.’더.’
‘내 지상의 삶에 새겨진 남루함을 일시에 지워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이것들이 거기 살고 있다. 구시대의 인간들이 추상 명사라고 생각하는 것들. 추억이나 행복,행복, 사랑의 슬픔 따위가 형상을 부여받고 색채가 덧입혀져 진열되어 있는 그 아케이드’아케이드’

그러나 그녀는 이 아케이드에서 산 옷을 입고입고 나갈 곳도 없다. 단지 마음의 만족을 위해 물질을 탐하는 것이다. 그녀는그녀는 상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은 결코 우리에게 상실이라는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지하지 않는다. 사랑이 가져다주는 환멸을 알고 있는 그녀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이 역시역시 그녀의 추락을 자꾸만 가속화시키고 환멸을 불러일으킨다.(그녀는 소설 결말부에서 몸을 팔기로 결심한다)결심한다)

‘맨발로 폭우가 쏟아지는 벌판을 달려나가는 짓 따위는 영화 속에서속에서 볼 때에나 근사할 뿐, 따라 했다간 찢긴 발바닥과 독한 신열과 상한상한 기관지를 쓰다듬으며 후회하게 된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결국 그녀는 물질과물질과 마음의 두 세계이나 한 세계인 이 곳을 살아가기가 벅차, 허덕이고 마는마는 것이다. 말로도 되지 않는 ‘고통’을 물질로 채워보려 애쓰는 것이다. ‘이토록 눈부신눈부신 타인들의 삶 속에서 나도 명성을 획득한 그 무엇인가를 희롱하고 싶어진 것뿐이다.’것뿐이다.’ 는 이유로.

‘대부분의 우린, 별이 아니라, 스스로는스스로는 빛나지 못하는 차갑고 검은 덩어리예요. 존재란 스스로는 빛날 수 없는 것.것.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월도 되고 때론 그믐도 되고,되고, 그런 거 같아요.’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호텔 유로, 1203」의 ‘나’는 ‘항성처럼 존재를존재를 증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혼의 추락에 중독된 그녀는 어쩔 수수 없이 ‘즉물적인 행복감’을 탐할 것이다. 정미경 소설은 이처럼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속에서 물질과 마음 사이를 방황한다. ‘환락의 거리에 내걸린, 현란한 불빛 속에 감추어진,감추어진, 아무 색깔도 들어 있지 않은 멍텅구리 네온 같은 시들.’ 이나마 그녀는그녀는 쓸 수밖에 없다. 말해질 수 없는 고통을 말하고 싶으므로. 청각이나 촉각을촉각을 이용한 감각적인 문장과 외래어(‘스프링서머 시즌 제품은 겨울 끝머리부터 디스플레이되고 있었다.’)와 동시에동시에 마음의 무늬를 그린 추상어들이 그녀 소설 속에서 혼재하는 이유 역시 이이 때문이다.

 
‘환멸조차 사랑의 일부분이란 걸 사람들은 모르고 있거나있거나 잊어버리거나 한다.’

추락의 고통조차 삶이다. 그녀의 소설은 추락하는 뜨거움이뜨거움이 발산하는 빛을 통해 존재의 경이를 드러낸다.  <성스러운 봄>은 이러한 과정이 가장가장 잘 드러난 단편이다. 암에 걸린 딸이 죽고 난 뒤 오롯이 남은남은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가장인 '나'는 영혼과 육체의 고통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의그의 고통스러운 생의 그림은 그러나 뜨겁게 아름답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는 생, 그럼에도그럼에도 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음, 그 슬픔을 감당해야함에 대한 그녀의 헌사는 봄에봄에 핀 개나리처럼 눈부시다.





출처_기존블로그
글_홍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