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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시사

위안화 기축 통화 체제 머지 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

 

 북경대학에서 경제를 전공하는 경제학도로서 중국의 경제를 바라보면 정말 뭐랄까, 두렵다고 할까? 중국에 오기 전(그래 봐야 5~6년 전)만 해도 중국의 경제에 대해 흥미도 없었거니와 그저 나에게 중국 경제는 한국 원화보다 훨씬 싸다고 느낀(당시 환율: 위안화 대비 120원 선) 모택동이 그려진 시뻘건 위안화,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근래 학업 및 동아리를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하면서 최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위안화 기축 통화 체제에 대해 많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위안화 기축 통화 체제,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 이는 즉 위안화가 장래에 달러를 대체하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각국의 무역, 예를 들어 한국, 중국간의 무역에서도 대금 결제 시 달러로 대금을 지불한다. 즉 현 세계 공통 화폐는 달러인데, 중국의 위안화가 향후 이 자리를 대체, 혹은 양립 구조로 갈 것이라는 소리이다.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 라 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나만 해도 중국 광저우에 처음 갔을 때, 은행 ATM에서 뽑은 돈 중에 위조지폐가 있었으며, 공산주의적 색채가 아직은 강하게 묻어있는 이 위안화가 세계화폐가 될 것이라고?

 먼저, 국제반(国际版)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2008년 국제금융시장 보고에서 처음 국제반 설립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현 중국 증시는 A, B, H주로 나뉘어 있으며, 그 중 A주의 경우 중국 내륙 기업만 상장을 허용했으나, 그 부록 개념으로 국제반을 추가하여 중국 증시에 새로운 판을 짜려고 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국제반을 기필코 추진하겠다고 이미 중국 당국의 의지가 강력한데, 국제반은 해외 포츈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기업에 한해 상장을 허용, 말 그대로 우리가 주식 시장하면 뉴욕 증시, 런던 증시가 떠오르는데 여기에 상해 증시를 끼어 넣겠다는 것이다. 국제반에 해외 블루칩 대형 기업들이 상장하게 되고,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일정 규모급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장래에 무시 못할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극히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번 상해 엑스포 역시 전 세계에 중국이란 나라에 상해라는 도시가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계산이 저 아래에 깔려있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상해 국제반에서의 주식 매매는 모두 위안화로 이루어 지게 되는데, 이는 위안화 수요가 그만큼 증가하게 되며 해외 유수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위해 국제반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주식 매입 시 먼저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서 증시에 투자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 역시 국제반 상장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이젠 콧대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몇 개의 기업들이 받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나날이 높아가는 중국의 경제 영향력을 고려, 위안화 채권을 매입하는 국가들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위안화 채권 매입을 통해 자국 외환 보유고에서 위안화 보유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태국 정부 또한 외환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매입했다. 이 외에, 올해 8월 외국 은행들의 중국 내 채권 투자 허용, 홍콩 위안화 펀드 발행 허가, QFII(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 외국 투자자가가 중국 A주 및 국내 시장 투자하기 위해 부여하는 자격)제도를 도입, 올해 6월까지 81개 금융업체들이 자격을 취득했으며, 그 수를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한다. 이 일련의 경우들의 공통점은 모두 중국 국내 투자 시 위안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발돋움한 중국이란 거대 시장에 편승하려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라는 것이다. 현재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겸임교수로 계시는 전병서 전무님의 말을 빌리면,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 통화, 즉 세계 통화가 되려면 국제 무역 시 결제 대금으로서 그 나라의 통화가 쓰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정말 영리하게도 마치 몇 수를 훨씬 내다보는 장기판의 고수인 양 천천히 졸()를 앞으로 전진 시키고 있다. 중국의 경제 체제, 국내 사회, 정치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거듭나기에는 중국 당국이 놓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기에 현 개발 도상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차곡차곡 중국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이번 환율 전쟁에서도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단번에 용인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절상폭을 늘려갔으며 19일 저녁 돌연 금리 소폭 인상을 시행하여 이번 G20 경주 회담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져가는 모습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직 전 세계에서 위안화가 결제 비율은 너무나도 빈약하나 향후 20~30, 아니 당장 10년만 지나도 현 판세는 상당히 엎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약 2 6500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단연 톱이며, 2위인 일본과는 그 절대 금액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외환 보유고에 돈 많이 쌓아놓으면 그게 좋을까? 개인적으로 외환 보유고는 일종의 족쇄로 생각하며, 외환 보유고 유지를 위한 비용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쓰이며, 매번 환율 변동, 국제 경제 위기 등에 노출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에서 2009년에 이어 2010년 초까지 세계 경제는 더블 딥(한번의 경제 하락 후 다시 한번 경제 위기가 오는 것)에 몸살을 앓았으며, 이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은 역시 미국, 유럽 등 통화 발권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특히 신흥 국가(이머징마켓)들이다. 심지어 2010 PIGS라 불리는 유럽 4개 디폴트 위기 국가(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들도 유로 존 가입 국가들이라 이번 유로화 덕을 톡톡히 봤다. 미국 또한 경제 위기 시 언제든지 추가 경제 완화정책(시중에 돈을 푸는 것, 즉 은행에서 달러를 더 찍어내는 것)를 써 경제 하락을 저지할 수 있다. 물론 재정 부채, 통화 가치 하락 등등의 요소도 있겠으나, 반대로 생각해 98년 한국 IMF 구제 금융 위기 당시 한국 원화가 세계화폐였다면 국내에 돈이 없을 때 더 찍어내면 될 것을 아쉽게도 한국 원화는 당시 누구도 사려하지 않았던 종이 조각에 불가했던 지라 당시 금융위기 여파는 향후 10년 동안 계속 후유증으로 남아있다. 이제 중국이 향후 위안화 기축 통화 체제로 나아가려는 저의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작전에서 영화배우 박희순이 했던 대사가 생각나는데, “(이 나라는) 돈만 있어서는 아직 최고가 될 수 없어, 돈에 권력까지 있어야 엘리트로 거듭날 수 있는 거지”, 중국에 빗대보면 현재 자국에 엄청난 돈을 쌓아두었으며, 미국 최대 채권국가인 중국이 아직은 세계 경제에서 주눅드는 것은 역시 돈의 권력이 아직 빈약하다는 뜻이며, 위안화의 기축 통화화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맥주 잔(외환보유고)에 엑기스인 양주 잔(위안화 기축통화화)을 넣어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기축통화 체제화 시도는 눈에 보이는 분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새삼 딸아이를 데리고 미국을 떠나 싱가폴에 이민간 짐 로저스의 시대를 앞선 경제적 안목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by. 경제학원 06학번 김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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